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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아카이빙(NPO-Archiving)

[모금캠페인 외전] 삼국지와 모금 2 - 승패는 병가지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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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병가지상사. 군인에게 승패는 늘 있는 일이다.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다.

 

적벽대전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허저가 슬퍼할 때 조조는 이렇게 위로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잖나. 
나는 네가 살아 돌아와 잠을 자도 웃음이 나온다. 
삼천을 잃었다고? 
너에게 3만을 주마. 
가서 북을 치거라.'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허저는 눈물자국 난 채로 웃으면서 북을 친다. 그리고 조조는 병사들을 모은 후 이렇게 연설한다. 

 

'장수는 의원과 같다. 의원은 치료한 사람이 많을수록 고명하지. 
바꿔 말하면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도 점점는다. 
장수가 패전 몇 번 안 하고 어찌 승리의 비결을 얻겠나. 
세상에 백전백승하는 장수는 없다. 
패해도 굴하지 않는 장수가 있을 뿐이다. 
그런 자가 결국 승리하지'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장수의 존재 이유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패장은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 참수하거나, 일개 병사로 좌천시킨다. 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는 장병들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패배는 장수에게 당연한 거라고. 우리는 백만 대군, 세금도 다 그대로라고. 

 

아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최선을 다한 장수를 책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말. (다시 말하지만 위 빠가 아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금가(담당자)는 모 아니면 도다. 모금 해오든가 못하든가. 눈에 보이는 금액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 오늘, 이번 주, 이번 달의 목표의 달성 여부가 즉각적으로 모금가(담당자)를 압박 해온다. 사명감을 가진 모금가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모금 전략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직접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피드백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모금가(담당자)에게 칭찬과 상은 당연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모금가(담당자)에게는? 참수형을 내릴 건가? 캠페인의 성공률은 25%뿐이다. 모금의 실패는 모금가(담당자)에게는 당연히 겪고 넘어가는 일이다. 만약 실패 때마다 벌을 주고 위협적으로 나온다면 모금가(담당자)는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 자체를 두려워하면 어떠한 시도도 큰 위협으로 느낀다.  

 

모금 요청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모금은 실패한다. 
'거절할 거 같아.'
'어차피 안 해줄 거야.'
'또 쫓겨나겠지.'
'이번에도 문전박대겠지.'
'안되면 또 깨지겠지.'

 

 

이게 심해지면

 

'아 나는 모금이랑 안 맞나 보다.'
'나는 모금도 못해오는 녀석이라고 비교당하며 혼나겠지.'

 

자기 비하와 피해의식, 우울의 늪에 빠진다. 

 

울며 들어오는 모금가(담당자)를 보며 '왜 이거밖에 안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 만나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필요한 걸 말해라. 회사에서 다 지원해주마.'라는 말을 건네보자. 실패의 산이 높을수록 성공했을 때의 가치도 높아진다. 실패의 무게는 굳이 질책하지 않더라도 모금가(담당자)가 이미 체감하고 있다.  

 

p.s 다 지원해주는데도 소위 '대충 하는' 담당자라면, 인원을 잘못 채용했거나 담당자가 현 대우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 담당자는 회사 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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