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 살기가 그만큼 쉬울 리 없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쉽게 접한다.
왜 우리는 실패하는가. 환경 탓, 개인능력 탓, 팀원 탓, 운탓, 정책 탓, 시대 탓, 날씨 탓 등등, 책임을 돌리려면 언제든지 돌릴 수 있다. 개인 탓으로 돌리면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탓이요, 환경 탓으로 돌리면 '잘되면 내덕, 안되면 네 탓.'이 되어버린다.
실패의 원인, '~탓'을 찾는 이유는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가 아닌(책임을 전가하면 맘이 편하긴 하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울 점이 더 많다. 그래서 캠페인을 하면서 내가 실패했던 것들을 분석해봤다.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내용이다.
1) 배드민턴 자선대회
목적 : 배드민턴 자선대회를 통해 후원금 모금 및 장애인식개선
실패 원인 : 배드민턴장 섭외 불가
모금 담당자라면 모금행사를 한 번쯤 꿈꿨을 것이다. 여러 모금행사 중 자선대회는 스포츠 분야 유명인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금행사다. 당시 근무하던 사회복지법인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드민턴 사업을 진행했다.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수상, 보조강사로서 자립, 기업과 스폰서 계약, 전국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대회 개최 등 큰 성과를 이룩했다. 그래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루거나 경쟁하는 대회를 통해 모금을 해보고 싶었다.
우선 배드민턴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 알아야 했다. 의정부에서 배드민턴 대회가 열리는 것을 배드민턴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비 오는 일요일, 버스를 타고 가서 배드민턴 대회에 직접 가봤다. 처음에는 경기장을 착각해서 시간이 걸리긴 했다.
도착하고 보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진행방식, 팀 편성, 스폰서들의 홍보방법, 안내처, 경품, 필요한 물품들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배드민턴 대회를 위한 필요요소 메모](https://blog.kakaocdn.net/dn/o2924/btsLCD6XX8G/tR16UZs6boE9pNIfdVcrkK/img.png)
하지만 문제는 배드민턴 경기를 위한 배드민턴장이었다. 서울의 각 자치구별로 배드민터 장이 있다. 배드민턴장에 전화를 다 돌려봤지만 특정 회사의 행사를 위한 대관이 불가능했다. 가끔 관리자 재량으로 오픈해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다.
![컨택 배드민턴장 리스트](https://blog.kakaocdn.net/dn/bkv0Kq/btsLEI6AcZq/0P7SxlH7QS2Y3WWlNI1Gqk/img.png)
가장 중요한 경기장 섭외가 불가능해 결국 계획 단계에서 실패.
그래서 배드민턴 대신 볼링대회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볼링대회로 변경해서 계획서를 작성한 기억이 있다. 프립미팅을 통해 최소 수수료로 프립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계획서에서 멈춘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서 아예 대외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 나노 블록
목적 : 크라우드펀딩 리워드
실패 원인 : 대량생산으로 인한 단가 문제
'크루세이더 퀘스트'라는 모바일 게임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굿즈도 사서 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그때 굿즈가 나노 블록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노 블록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www.usecubes.com) 나노 블록 디자인을 만들면 직접 부품을 배송까지 해줬었다.
![나노블록제작 홈페이지](https://blog.kakaocdn.net/dn/dcUYyS/btsLDeyMluK/CpaQY2UdJka5yNcGgjnkhk/img.png)
회사의 마스코트를 만들어서 크라우드 펀딩 리워드를 진행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해보고 싶었으나, 제공할만한 리워드가 딱히 없었다. 펀딩에 어울리는 리워드가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었다.
위 2가지 요소, 크라우드 펀딩의 리워드 X 나노 블록 굿즈가 합쳐지니 실제 사업화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했다. 개인 소장을 위해 사이트에서 배송한 가격은 23.9$였다. 약 3만 원대. 나노 블록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블록의 종류의 개수를 다 조사해서 엑셀로 기입했다.
![필요한 나노블럭 리스트](https://blog.kakaocdn.net/dn/bOdsTn/btsLEHmiLCp/PeTFOd3JIror5cPQlQIq1K/img.png)
디자인과 블록 개수를 나노 블록업체에 견적을 요청했고, 공장 하나를 돌려서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 번에 4,000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 즉, 펀딩으로 4,000개가 팔리지 않으면 다 악성 재고라는 의미였다. 순간 자신감이 확 줄었다. 개당 1만 원짜리 리워드여도 4,000만 원의 펀딩금액은 당시 신입한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3) 게임사 사회공헌팀 미팅
목적 : 게임 유저들과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
실패 원인 : 사회공헌 미팅 경험 부족
실패한 3가지 중 당시에는 가장 아쉬웠지만, 지금은 좋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례다. 모금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할 때, 관련 뉴스레터는 전부 구독했었다. 거기에는 S사의 사회공헌팀이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되었다. 꾸준하게 뉴스레터를 보고 있던 중, 18년도 말 뉴스레터에서 구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던 것을 봤다. 추천할만한 단체가 있다면 추천해달라는 항목도 있었다. 그래서 성심성의 껏 우리 단체와 사업의 소개글을 적어서 보냈다. 그리고 기억에 잊혔는데, 다음 해 2월에 차담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메일을 받았다. 당시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헛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면에 부담스럽게 어떻게든 단체를 소개할 생각만 했었다. 그게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추후 외부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회사 창고를 뒤져서 예전 자료들을 찾아내고, 가지고 있는 브로셔, 책자 전부를 다 가지고 갔다.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끝나고 가던 중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구나라고 느꼈다.
우선, 다이어리를 펴놨지만 딱히 무언가를 쓰지 않으셨다. 두 번째, 우리가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일개 사회복지사가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나누는 대화가 아닌, 사업의 담당자로서 답변을 했어야 했다. '이 사업(당시에는 무연고 장애아동을 위한 보금자리 건축사업)으로 무엇을 할 건가요.'에서 좀 더 전문적인 답변을 했어야 했다.
끝나고, 제안서를 하나 보내기는 했지만 아쉽게 거절하셨다. 그 이후에 기업 사회공헌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그 뉴스레터는 받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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