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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 살기가 그만큼 쉬울 리 없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쉽게 접한다.

 

왜 우리는 실패하는가. 환경 탓, 개인능력 탓, 팀원 탓, 운탓, 정책 탓, 시대 탓, 날씨 탓 등등, 책임을 돌리려면 언제든지 돌릴 수 있다. 개인 탓으로 돌리면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탓이요, 환경 탓으로 돌리면 '잘되면 내덕, 안되면 네 탓.'이 되어버린다. 

 

실패의 원인, '~탓'을 찾는 이유는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가 아닌(책임을 전가하면 맘이 편하긴 하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울 점이 더 많다. 그래서 캠페인을 하면서 내가 실패했던 것들을 분석해봤다.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내용이다.

 

1) 배드민턴 자선대회

목적 : 배드민턴 자선대회를 통해 후원금 모금 및 장애인식개선

실패 원인 : 배드민턴장 섭외 불가

 

모금 담당자라면 모금행사를 한 번쯤 꿈꿨을 것이다. 여러 모금행사 중 자선대회는 스포츠 분야 유명인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금행사다. 당시 근무하던 사회복지법인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드민턴 사업을 진행했다.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수상, 보조강사로서 자립, 기업과 스폰서 계약, 전국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대회 개최 등 큰 성과를 이룩했다. 그래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루거나 경쟁하는 대회를 통해 모금을 해보고 싶었다. 

 

우선 배드민턴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 알아야 했다. 의정부에서 배드민턴 대회가 열리는 것을 배드민턴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비 오는 일요일, 버스를 타고 가서 배드민턴 대회에 직접 가봤다. 처음에는 경기장을 착각해서 시간이 걸리긴 했다. 

 

도착하고 보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진행방식, 팀 편성, 스폰서들의 홍보방법, 안내처, 경품, 필요한 물품들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배드민턴 대회를 위한 필요요소 메모
경기를 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메모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드민턴 경기를 위한 배드민턴장이었다. 서울의 각 자치구별로 배드민터 장이 있다. 배드민턴장에 전화를 다 돌려봤지만 특정 회사의 행사를 위한 대관이 불가능했다. 가끔 관리자 재량으로 오픈해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다.

 

컨택 배드민턴장 리스트
서울 내 배드민턴장에 전화를 다 돌려봤다.

 

가장 중요한 경기장 섭외가 불가능해 결국 계획 단계에서 실패. 

 

그래서 배드민턴 대신 볼링대회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볼링대회로 변경해서 계획서를 작성한 기억이 있다. 프립미팅을 통해 최소 수수료로 프립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계획서에서 멈춘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서 아예 대외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 나노 블록

목적 : 크라우드펀딩 리워드

실패 원인 : 대량생산으로 인한 단가 문제

 

'크루세이더 퀘스트'라는 모바일 게임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굿즈도 사서 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그때 굿즈가 나노 블록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노 블록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www.usecubes.com) 나노 블록 디자인을 만들면 직접 부품을 배송까지 해줬었다.

 

나노블록제작 홈페이지
www.usecubes.com / 각종 나노 블록 디자인들을 볼 수 있다

 

회사의 마스코트를 만들어서 크라우드 펀딩 리워드를 진행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해보고 싶었으나, 제공할만한 리워드가 딱히 없었다. 펀딩에 어울리는 리워드가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었다. 

 

위 2가지 요소, 크라우드 펀딩의 리워드 X 나노 블록 굿즈가 합쳐지니 실제 사업화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했다. 개인 소장을 위해 사이트에서 배송한 가격은 23.9$였다. 약 3만 원대. 나노 블록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블록의 종류의 개수를 다 조사해서 엑셀로 기입했다. 

 

필요한 나노블럭 리스트
설명서(동영상)를 다 돌려가면 다 셌다.

 

디자인과 블록 개수를 나노 블록업체에 견적을 요청했고, 공장 하나를 돌려서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 번에 4,000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 즉, 펀딩으로 4,000개가 팔리지 않으면 다 악성 재고라는 의미였다. 순간 자신감이 확 줄었다. 개당 1만 원짜리 리워드여도 4,000만 원의 펀딩금액은 당시 신입한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완성된 나노블록 디자인
나노블럭 실물
휠체어 경주 나노블럭
실제 나노블럭 설계와 받아본 실물

 

3) 게임사 사회공헌팀 미팅

목적 : 게임 유저들과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

실패 원인 : 사회공헌 미팅 경험 부족

 

실패한 3가지 중 당시에는 가장 아쉬웠지만, 지금은 좋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례다. 모금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할 때, 관련 뉴스레터는 전부 구독했었다. 거기에는 S사의 사회공헌팀이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되었다.  꾸준하게 뉴스레터를 보고 있던 중, 18년도 말 뉴스레터에서 구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던 것을 봤다. 추천할만한 단체가 있다면 추천해달라는 항목도 있었다. 그래서 성심성의 껏 우리 단체와 사업의 소개글을 적어서 보냈다. 그리고 기억에 잊혔는데, 다음 해 2월에 차담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메일을 받았다. 당시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헛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면에 부담스럽게 어떻게든 단체를 소개할 생각만 했었다. 그게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추후 외부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회사 창고를 뒤져서 예전 자료들을 찾아내고, 가지고 있는 브로셔, 책자 전부를 다 가지고 갔다.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끝나고 가던 중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구나라고 느꼈다. 

 

우선, 다이어리를 펴놨지만 딱히 무언가를 쓰지 않으셨다. 두 번째, 우리가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일개 사회복지사가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나누는 대화가 아닌, 사업의 담당자로서 답변을 했어야 했다. '이 사업(당시에는 무연고 장애아동을 위한 보금자리 건축사업)으로 무엇을 할 건가요.'에서 좀 더 전문적인 답변을 했어야 했다. 

 

끝나고, 제안서를 하나 보내기는 했지만 아쉽게 거절하셨다. 그 이후에 기업 사회공헌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그 뉴스레터는 받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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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병가지상사. 군인에게 승패는 늘 있는 일이다.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다.

 

적벽대전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허저가 슬퍼할 때 조조는 이렇게 위로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잖나. 
나는 네가 살아 돌아와 잠을 자도 웃음이 나온다. 
삼천을 잃었다고? 
너에게 3만을 주마. 
가서 북을 치거라.'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허저는 눈물자국 난 채로 웃으면서 북을 친다. 그리고 조조는 병사들을 모은 후 이렇게 연설한다. 

 

'장수는 의원과 같다. 의원은 치료한 사람이 많을수록 고명하지. 
바꿔 말하면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도 점점는다. 
장수가 패전 몇 번 안 하고 어찌 승리의 비결을 얻겠나. 
세상에 백전백승하는 장수는 없다. 
패해도 굴하지 않는 장수가 있을 뿐이다. 
그런 자가 결국 승리하지'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장수의 존재 이유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패장은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 참수하거나, 일개 병사로 좌천시킨다. 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는 장병들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패배는 장수에게 당연한 거라고. 우리는 백만 대군, 세금도 다 그대로라고. 

 

아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최선을 다한 장수를 책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말. (다시 말하지만 위 빠가 아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금가(담당자)는 모 아니면 도다. 모금 해오든가 못하든가. 눈에 보이는 금액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 오늘, 이번 주, 이번 달의 목표의 달성 여부가 즉각적으로 모금가(담당자)를 압박 해온다. 사명감을 가진 모금가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모금 전략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직접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피드백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모금가(담당자)에게 칭찬과 상은 당연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모금가(담당자)에게는? 참수형을 내릴 건가? 캠페인의 성공률은 25%뿐이다. 모금의 실패는 모금가(담당자)에게는 당연히 겪고 넘어가는 일이다. 만약 실패 때마다 벌을 주고 위협적으로 나온다면 모금가(담당자)는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 자체를 두려워하면 어떠한 시도도 큰 위협으로 느낀다.  

 

모금 요청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모금은 실패한다. 
'거절할 거 같아.'
'어차피 안 해줄 거야.'
'또 쫓겨나겠지.'
'이번에도 문전박대겠지.'
'안되면 또 깨지겠지.'

 

 

이게 심해지면

 

'아 나는 모금이랑 안 맞나 보다.'
'나는 모금도 못해오는 녀석이라고 비교당하며 혼나겠지.'

 

자기 비하와 피해의식, 우울의 늪에 빠진다. 

 

울며 들어오는 모금가(담당자)를 보며 '왜 이거밖에 안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 만나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필요한 걸 말해라. 회사에서 다 지원해주마.'라는 말을 건네보자. 실패의 산이 높을수록 성공했을 때의 가치도 높아진다. 실패의 무게는 굳이 질책하지 않더라도 모금가(담당자)가 이미 체감하고 있다.  

 

p.s 다 지원해주는데도 소위 '대충 하는' 담당자라면, 인원을 잘못 채용했거나 담당자가 현 대우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 담당자는 회사 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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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하면 역시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다. 난세의 영웅, 지략의 책사, 용맹의 장수들. 실제 역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매력적인 스토리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재창조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삼국지 드라마를 접했다. 드라마를 극장판으로 편집해 만든 영화라 중간중간 생략된 부분도 많았다. 삼국지하면 대표적인 인물인 조조는 한 평생 유비의 의형제인 관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2화에서 조조 밑에 있던 관우는 큰 형님인 유비가 살아 있단 소식을 듣고 바로 조조의 품을 떠났다. 적토마를 타고 떠나는 관우의 뒷모습을 보며 조조는 이렇게 한탄했다.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극 중 대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말 때문에 삼국지가 고전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한다.

 

모금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지만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마음보다, 특정 페르소나 혹은 통계, 빅데이터에 의존하기도 한다. 

 

바로 내가 그랬다. 이과 성향을 가진 나는 숫자를 좋아했다. 성별, 연령에 따른 확률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을 짰다.  한 시즌의 결과가 나쁘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근거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게 3년간 모인 데이터만 3천 명이 넘었다. 처음 보는 사람 /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이라는 거리모금의 특성상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 사람의 기부 가치관, 생활패턴, 소비습관, 돈에 대한 태도, 종교관, 직업관, 가족관계 이런 걸 5분 안에 어떻게 다 알겠는가. 소개팅처럼 다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그래서 양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30%대의 개발률로 일정 실적을 달성하려면, 최대한 많이 말을 걸고 설명해야 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누구한테는 온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반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마음을 얻지 못하고. 

 

마음의 반만 얻은 후원.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가. 부족했던 걸까 아예 안 맞았던 걸까. 

 

이 고민은 삼국지를 보기 전, 모금 캠페인을 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다. 고민의 답을 찾고자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외부교육도 받아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정리도 해보고. 내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던 @nyimphe 님과 수용을 강조하신 국장님과의 면담까지. 답을 찾을 뻔하기도 했지만 내 맘에 탁! 와 닿는 답은 없었다.

 

그리고 3년 만에 찾아온 화두이자 명쾌한 답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조조도 집과 하인, 술과 고기, 심지어 적토마를 하사 했음에도 관우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피켓과 책자, 완벽한 설명, 적절한 제스처를 썼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어려운 게 아니라 욕심이었다. 

 

"의사는 수술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은 보호자에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본지 오래돼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의미의 대사가 있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금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릅니다. 날씨, 시민분의 옷차림, 그날의 컨디션, 갑작스러운 경조사 등. 그래서 '얼마만큼 모금해오겠습니다'라고 해서는 안된다. 모금가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

 

오늘도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표지 사진 출처 : https://pngtree.com/so/의로운-정신'>의로운-정신 png from pngtree.com

중간 사진 출처 : 삼국지 극장판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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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에게 나무를 모으게 하고, 
일을 분담시키고,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 

대신 그들에게 
넓고 끝없는 
바다를 꿈꾸게 하라.

-생텍쥐페리' 

 

사람들의 목표의식을 고취시키고 싶으면 명령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게끔 목표를 만들어 주라는 의미다. 

 

이걸 가장 잘한 사례는 일본 만화 '원피스'의 극초반에 나왔던 해적왕 골드로저다. 사형 직전 그가 내뱉은 '내 보물 말인가?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찾아봐라. 이 세상 전부를 그곳에 두고 왔다.' 이 말에 전부 바다로 뛰쳐나오는 대해적 시대가 시작되었다.

 

원피스 골드로저 사형 장면

 

왜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업으로 삼으면 오래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할까. 바로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취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진다.

 

사회복지, 비영리의 입문의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 첫 시작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한 봉사활동 말고, 스스로 찾아서 한 봉사활동은 한빛맹학교에서 진행한 '엔비디아 비주얼 서포터즈' 봉사활동이다.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스스로 면접 준비를 했다. 1년간 진행한 봉사활동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시각장애인 예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비영리 영역에 종사하는 활동가, 서포터즈, 사회복지사, 캠페이너 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스스로 찾아서 한 좋은 기억이 현재의 직업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때만큼 재밌으신가요?
가슴이 뛰시나요? 내일 그리고 1년 뒤가 기대되시나요?

 

'그렇다'라고 답할 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는 분을 워낙 많이 봐왔다. 왜 재미가 없을까. 

 

남들과 같이 일한다.(혹은 누구 밑에서 일한다.)->누군가 만든 사업판에 참여한다.->내가 만든 사업이 아니다->사업성공의 이미지가 안 떠오른다.->남이 만든 판에 나를 맞춰야 한다.->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재미가 없다.->하기 싫다

 

반면

 

남들과 같이 일한다.(혹은 누구 밑에서 일한다.)->그들과 같이 사업판을 짠다.->내가 만든 사업판이기 때문에 완성된 이미지가 떠오른다.->뭘 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스스로 찾아서 한다.->재미있다.->천직이다.

 

직원, 활동가, 봉사자, 후원자 모두가 같은 사명감을 외칠 수록 단체와 사업이 힘을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의 멤버는 점차 줄어들며, 새로운 인원들로 채워진다. 그들이 초창기 멤버와 같은 사명감을 가질 수는 없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중간에 참여하기 때문에 사업의 정당성, 명분, 사명감이 초기 참여 멤버에 비해 당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말한다. 왜 요새 직원들은 좀만 힘들다고 하면서 나갈까. 왜 희생정신이 부족할까.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 그런 세대가 신입직원으로 들어오면서 회의감이나 사명감을 잃는 게 아니다. 새로운 사명감을 찾으러 나간다. 

 

월급, 인센티브, 승진과 같은 각종 보상으로 유혹해도 사명감을 가지게 할 순 없다. 시킨 일은 잘할지 몰라도 앞장서지는 않을 것이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게 하고 싶은가. 먼저 나서게 하고 싶은가. 우리의 일과 사명감을 말과 글로만 외치지 말고, 스스로 상상하게 하라.

 

너의 이 단순 반복 업무가 우리의 미션과 비전에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줘라. 

땡볕에 나가는 거리 캠페인이 우리의 수혜자들에게 어떻게 의미 있게 전달되는지 보게 하라. 

나의 땀과 에너지, 시간이 프로젝트 성공을 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기시켜줘라.

모금 명분서 100장보다 변화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직접 보면서 변화를 상상하게 하라. 

 

한 때 아웃소싱에서 캠페인일을 한 적이 있다. 흔히 아웃소싱에서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사명감과 헌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수당제라서. 하지만 내가 같이 일했던 캠페이너 중 한 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1명을 개발하면, 아이 1명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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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트에서 노를 젓는 3명
이미치 출처 : pixabay

 

모금캠페인에서 팀장, 선임 즉 하나의 팀을 이끄는 수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실적을 위해서 열심히 모금만 하면 될까? 마땅히 선임이라면 팀원들보다 개발을 더 잘해야만하는 걸까? 그래서 실적이 팀원들보다 잘나와야 팀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면 팀은 왜 있지? 전부 프리랜서로 돌리지. 날라다니는 팀장을 보고 선임을 보고 더 잘하도록 자극 받으라고? 자극보다 현타가 먼저 오면 어떻게 할건데?

 

마땅히 하나의 팀을 운영하는 최소한의 선임급이라면, 개인의 실적보다는 팀원이 쉬이 개발을 할 수 있는 환을 세팅하는데 더 힘을 써야한다고 본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더 빛이 난다. 무대가 없다면 배우는 절반의 힘 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무대디자인, 무대조명, 무대공사를 다 할 수 없다. 배우는 연기연습에 힘쓰고 무대감독이 무대를 신경 써야한다. 

 

모금캠페인의 무대는 어디일까. 바로 잠재후원자가 있는 모든 곳이 무대이다. 큰그림을 봐야하는 선임은 팀원들이  뛰어놀 수 있는 캠페인의 무대를 만들어줘야한다. 장소선정, 캠페인도구, 출력물, 홍보, 섭외, 민원관리 등. 그런데 선임이 이 무대관리는 뒷전이고 자기가 무대 위로 올라서면? 

 

선임이 캠페인의 실무로 나설때는 팀원들의 권한과 경험을 넘어설 때 뿐이다. 그래서 실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입이 당황해하는 걸 무시한체, 시민들한테만 말을 건다면 막내는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주의 기울이고 언제든지 백업할 태세를 하고 있어야한다. 

 

캠페인 팀의 선임을 막 달았을 때, 팀의 선임은 개발을 무조건 잘해야한다고 했다. 팀원들의 개발이  안 될 때, 선임이 나서서 팀의 실적을 끌어올려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랬다. 나의 개인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나만 쓸 수 있는 추가자료를 만들고, 전 캠페인 팀에서 경험했던 노하우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오는 팀원들의 반응은 '왜 그 좋은걸 혼자만 알고 있느냐.'였다. '당시에는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답하긴 했지만, 지금도 엄청 미안하다. 팀원이 끙끙 대면서 찾던 문제의 답을 선임이 혼자서만 독차지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요새는 팀원들이 좋은 캠페인을 더 많이 겪어볼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캠페인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하고 있다. 다른 팀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피켓을 더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해서 사용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부스로 찾아오게 하고, 코로나로 인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봐 캠페인용 의사소통그림판(AAC)을 제작한다든지, 정기후원만 받아야만 했던 캠페인을 잠재후원자 발굴을 위한 서명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항상 캠페인을 1년만 하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고자 떠나는 후임을 보며 다짐했다. 지금까지 겪은 캠페인은 잘못된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캠페이너와 시민 모두 즐거워야한다. 캠페인을 캠페인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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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함
이미지 출처 : pixabay

 

미국은 선거가 끝났고, 대한민국은 각종 정치 이슈와 사고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선거는 캠페인 싸움이다. 아무리 유명한 정치인이라도 캠페인 실수 한 번에 확 고꾸라질 수도 있고, 무명의 정치인도 체계적이고 세련된 캠페인으로 일약 스타가 될 수 도 있다.

 

모금 캠페인과 선거 캠페인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우선 어떻게든 우리를 알려야 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다. 우리의 단체와 사업을 알아주세요. 우리의 후보자와 정당을 알아주세요. 즉 브랜딩 싸움이다. 브랜딩이 정립되지 않은 캠페인은 시작부터 지고 들어간다. 모금 캠페인의 브랜딩은 주로 단체의 명성과 대표사업, 이사회 혹은 홍보대사라면, 선거 캠페인은 색깔론 즉 정치성향으로 브랜딩이 시작된다. 

 

태극문양의 전통 때문인지 몰라도 그동안의 선거는 늘 파란색 빨간색의 대결을 통해 언론, 대중들에게 자신을 인식시켜왔다. 그 부작용이 항상 선거철마다 나오는 막말 파문이다. 반면 모금 캠페인은 대결 형태가 아니다. 즉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보니 승패의 결과가 없다. 세이브 더 칠드런이 1억을 모금했다고 해서 우리가 모금 캠페인에 진 것은 아니다. 서로 윈윈 할 수도 있는 승패가 무의미한 게임이다. 

 

그래서 오히려 모금 캠페인의 개성이 다양할지도 모른다. 실패가 있지만 완벽한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편 모금, 거리모금, ARS 모금, 온라인 모금, 키트형 모금, 이벤트 참여형 모금, 챌린지형 모금, 펀딩형 모금, 블록체인형 모금 등 시대를 따라갈 여력과 여유가 있는 단체 그리고 블루오션을 노리는 단체를 통해 모금 캠페인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히지만 선거 캠페인은 승자독식이다. 승리가 아니면 패배만 있을 뿐이니 검증된 성공 공식을 따라 개성 없는 캠페인이 반복되는 양상이 보인다. 그래서 선거 캠페인은 캠페인 자체의 개성보다 브랜딩에 더 힘쓸 수밖에 없다. 기호와 색깔로 구분하는 현실.

 

그래서 기존의 선거 캠페인과 조금 다른 양식을 진행되면 기존의 정치 방식에 답답함을 느껴온 많은 유권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이전에 미국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캠페인 내용을 참고

 

1. 오바마 선거 캠프-빅 데이터 캠페인으로  재선에 성공하다.

비밀동굴팀(The Cave)-주먹구구식이 아닌 정확한 빅데이터 개인화되며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기존의 선거 캠페인 공식을 뒤집다.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1073735549

 

1% 표심 잡으려 오바마가 뽑은 ‘비밀동굴팀’│인터비즈

[DBR/동아비즈니스리뷰] 버락 오바마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blog.naver.com

 

 

2.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류 양 - 슬로건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

진영논리에 지친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새로운 지지층과 인터넷에서 만큼은 어느 후보자보다 강한 결속력으로 좌우 진영논리가 아닌 숫자와 팩트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다.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0020411077718947

 

해시태그와 math로 무장하고 즐기면서 - 티타임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 중인 앤드류 양. 특히 그의 지지층인 ‘양 갱’(Yang Gang)의 선거 운동 방식은 미 언론의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www.ttimes.co.kr

 

 

F2F 캠페인을 나가는 장소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선거 유세도 항상 그 장소를 여러 후보가 돌아가며 나온다. 어떤 국회의원 후보가 지역구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을까(난 그렇게 믿고 싶다). 그 나물에 그 밥, 그놈이 그놈, 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정말 참신하고 마음에 와 닿는 캠페인이 나온다면 정말 나도 재밌게 그 후보를 지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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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정의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거의 하루 종일 나타나는 경우 우울증이라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우울증의 척도
CES-D척도는 우울증의 선별검사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자가보고형 척도검사 중 하나입니다. 총점 16점 이상이면 경증의 우울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21점 이상이면 중증도의 우울증상을, 25점 이상이면 중증의 우울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심해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네이버 지식백과-우울증)

 

성년이 되는 나이 20살이 되는 건 12월 31일, 단 하루의 차이다. 그 차이 하나로 갑자기 미성년자에서 성년이 된다. 우울증 진단도 20점에서 21점이 되는 경계선을 넘는 순간 갑자기 환자가 된다. 이분법적인 진단으로 갑자기 나는 정상에서 환자가 되었다. 물론 나는 그대로다. 

 


 

1) 이분법

모 아니면 도 / 디지털의 0과 1 / 동전의 앞 뒷면 / 남과 여 / 흑과 백 / 원인과 결과 / 성공과 실패 / 아군과 적군 / 이승과 저승 / 천국과 지옥 / 선과 악 / 정상과 비정상

 

우리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어쩌면 세상을 너무 쉽게 이해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거 아니면 저거니까. 이분법은 판단을 용이하게 돕는다. 관찰과 판단에 드는 에너지와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다 알고 있다. 이분법으로 세상과 타인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2) 무지개는 7가지 색이 아니다

딱딱 경계선을 짓고 구분 짓던 세상에 어느 순간,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이름 붙여지지 않는 존재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그 존재를 핍박하거나 억지로 기존 체계에 편입시키려 했다. 빨간색도 아니고, 주황색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속한 색. 그리고 세상은 그 색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은 숨어있던, 아니 원래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스펙트럼이 빛을 받았다.

 

무지개 프리즘 스펙트럼
무지개 프리즘 스펙트럼 https://world-trip.tistory.com/12

 

이분법과 스펙트럼

3) 왜 캠페인을 할 때 회색지대를 염두해야 할까.

캠페인의 핵심은 대중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행동을 어디서 어디로 바꾸는가. 

 

기존의 캠페인은 음주운전 예방 캠페인, 금연홍보 캠페인. 비정상적인 행동을 정상적인 행동으로 바꾸는 캠페인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경계선을 넘지 마라라는 의미다. 즉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캠페인은 주로 행동의 부작용, 계몽의 성격이 강하다. 비정상의 개념도 사회의 도덕, 법에 근거한다. 

 

그런데, 갑자기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캠페인이 등장한다. 당사자에게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캠페인에 동의하지 않는 대상에게는 정상을 비정상으로 바꾸는 굉장히 도전적인 의미로 받아들인다. 새로운 경계선을 긋는 행동은 기존  경계선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큰 경계심을 가져온다.


4) 완충지대 혹은 무책임 지대

남북한 군사분계선 사이에는 DMZ라는 완충지대가 존재한다. 협약으로는 DMZ 안에는 군인 대신 경찰만 배치된다. 완충지대는 직접적인 무력 분쟁을 줄이려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사회문제에서 회색지대는 서로가 외면한 무책임 지대이다. 

 

우리가 바꾸고 싶은, 알리고 싶은 캠페인은 기존의 경계선 안에 있는가. 아니면 회색지대에 있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문제인가. 


5) 더 많은 회색지대를

수감자 자녀들을 위한 복지, 시각장애인들의 미술, 발달장애와 경계선 지적장애{일반적으로 70~85 IQ의 인식 능력이지만 지적장애(70 미만)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정도인 지능의 한 분류} 등. 회색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단체들의 캠페인이 많다.

 

세움 홈페이지 화면
수용자 자녀들을 위한 복지단체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http://www.iseum.or.kr/

 

 

우리들의 눈 홈페이지
시각장애아동청소년들의 미술 재능을 위한 단체 '우리들의 눈'

http://www.artblind.or.kr/

 

피치마켓 홈페이지
느린 학습자를 위한 단체 '피치마켓'

https://www.peachmarket.kr/%EC%86%8C%EA%B0%9C/

 

모금 캠페인은 단순히 후원금만을 위한 캠페인 보다, 우리가 주목하는 회색지대를 알리는 캠페인이면 어떨까. 경계선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을 위한 캠페인은 이미 대중은 충분히 참여하고 있다. 정부, 기업들도 자신만의 자원과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영리단체는? 정부, 기업에 비해 영향력, 자원동원능력이 떨어진다. 비영리단체는 필요 없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더 비영리단체는 필요하다. 아무리 정부와 기업이 가진 게 더 많아도, 회색지대 발굴은 그들에게 메인이 아니다. 비영리단체는 정부, 기업보다 더 깊숙이 더 촘촘하게 사회 전반에 스며있다. 오로지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해 교육받은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이 비영리단체다. 

 

3줄 요약

1) 세상은 이분법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회색지대(스펙트럼)가 존재한다.

3) 캠페인은 이 회색지대를 발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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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협한 생각-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뭐 눈에 뭐 만 보인다.'라는 말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비꼬는 말로 많이 사용해왔던 말이 실제 신빙성이 있는 말이라면? 

아마 다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애플워치에 관심이 생길 때, 남들 손목시계만 보였다. 신발을 새로 산 날에는, 거리를 걷는 사람의 신발만 주야장천 보였다. 현재 내가 관심이 있는 것만 내 뇌에서 살아남는다. 

칵테일 효과-시끄러운 칵테일 바 안에서, 우연히 내가 관심 있는 단어가 들리는 현상(효과)
우리의 오감은 언제난 민감하게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중 시각이 70%의 정보를 처리한다. 하루를 생활하면서 수많은 정보, 디자인, 문구, 사람, 간판, 글, 그림 등을 본다. 아니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본 모든 것을 기억하는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읽는가? 

 

2) 보이지만 보지 않고, 들리지만 듣지 않는다.

 

hear 그리고 listen의 차이를 생각해보자.

 

우아한 관찰주의자
우아한 관찰주의자-네이버 책


<우아한 관찰주의자>를 저술한 에임 E. 허먼은 눈으로 본 전체 장면 중 관심 있는 일부의 정보만 인지하고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디테일한 장면을 놓친다.


또한  책 <짧은 글을 씁니다>를 저술한 일본의 유명한 광고 PD 히키타 요시아키는 이렇게 말했다. 

 

'글의 80퍼센트 가까이는 글을 스크롤해 넘긴다. 그러다가 유독 눈길이 가는 단어나 사진이 나오면 스크롤하던 손가락을 멈춘다. -중략- 읽는다기보다는 본다는 느낌으로 글을 접하고, 공감 가는 글을 직감으로 고른다. (210p)

 

 
진득하게 앉아서 탐독하기보다, 휘리릭 화면을 내리다가 눈에 띄는 카피 혹은 배너가 보인다. 그리고 클릭하고 글을 '본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문장 혹은 단어가 보인다. 그 주위 문단을 '읽는다.'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의 저자는 연구 지원자를 모집하는 문구를 이렇게 작성했다.

 

'나랑 할래?' (무슨 상상을 하는가, 실험을 같이 하자는 거다) 혈기왕성한 20대의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다. 

 

3) 스푸너리즘-인접한 음절의 순서를 뒤바꿔 말하는 실수

 

스푸너리즘 트윗
1차 출처-트위터 / 2차 출처-https://m.blog.naver.com/dydrogud22/222011068004


혹여 이 짤은 본 적 있는가.

우리가 말장난식으로 많이 하는 이 현상을 스푸너리즘이라고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637335

 

[스브스뉴스] 피즈치자·노인코래방?…뭔가 이상한 말실수 '스푸너리즘'

☞ SBS뉴스로 오시면 '[SBS 슬라이드 형태]'로 보실 수 있습니다. 쯔와이스 트위, 기능재부, 노인코래방, 곱은 졸목 등 인접한 음절 순서를 뒤바꿔 말하는 말실수는 일상에서 흔하다. 이렇게 앞 음

n.news.naver.com

 

 

우리 뇌는 앞글자와 뒷글자만 맞으면 중간에 순서가 바뀌어도 단어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단어 우월 효과) 읽고 나서 판단하지 않고, 먼저 답을 상정해 놓고 읽는다는 의미다. 즉 눈으로는 다 읽지만 뇌에서 필터링되며, 기억에 남는 것은 필터를 통과한 단어와 문장들이다.

4) 캠페인과 편협한 생각


그래서 시민은 모든 캠페인에 다 반응하지 않는다. 뇌 안에 필터가 다 다르다. 연령별로, 성별로, 직업별로, 직급별로, 직장별로, 거주지별로, 가족 구성원별로, 다 다르다. 나에게는 당연한 캠페인은 나와 가장 친한 가족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다만 친분이 있어서 호응도와 신뢰도가 높을 뿐이다. 

'국내' '무연고' '장애' '아동 청소년' '자립' '캠페인'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을 어떤 단어에 더 꽂히는가. 분명 위의 단어들을 합치면 하나의 캠페인 카피다. 하지만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캠페인의 성격도 달라지고,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달라진다. 해외에만 후원을 한 시민분은 '국내'에 꽂힐 수 있다. 자녀가 있는 분들은 '무연고' '아동 청소년'에 집중할 수 있다. 갓 성인이 된 분들은 '자립'에 꽂힐 수 있다. 주변에 장애가 있는 지인분이 있다면 '장애'에 더 눈길이 갈 수 있다. 

캠페인 주체도 '국내'에 집중한다면 해외와 비교할 수 있는 자료를, '무연고'에 집중한다면 퇴소 이후의 삶과 관련된 자료를, '장애'에 집중한다면 비장애아동과의 비교자료를, '아동 청소년'에 집중한다면  그 시기에 필요한 지원에 관한 자료를, '자립'에 집중한다면 홀로서기의 어려움과 관련된 자료를, '캠페인'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캠페인 참여 방법과 관련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4-1) 오프라인-질문하기
그런데 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독심술? 관상? 연륜?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고, 셜록처럼 추리력과 관찰력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전공 시간에 관상학을 배우지 않았다. 다년간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최고의 방법은 '직접 질문하기'라고 체감한다.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오랜 시간 관찰할 수 없다면,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한국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잘 대답해준다. 그리고 관심을 주면 좋아한다. (물론 취조하듯이 묻지는  말자)

4-2) 온라인-키워드 분석
오프라인 캠페인이라면 얼굴 마주하고(지금은 마스크를 끼고) 직접 물어볼 수 있지만, 불특정 다수이며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캠페인은 어떻게 할까.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https://media.fastcampus.co.kr/knowledge/about-performance-marketing/

 

디지털 마케팅을 파헤치다_2편) 퍼포먼스 마케팅

오늘은 디지털 마케팅 중에서도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마케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퍼포먼스 마케팅이 얼마나 인기 있고 중요한지 알고 계실 겁니

media.fastcampus.co.kr

 

 

GA(구글 애널리틱스), 키워드 검색광고. 간단히 말하자면 사람들은 구체적인 키워드를 검색하지 않는다. 막연한 단어로 검색한다. 

복지단체 후원 검색결과
복지단체 후원이라고 검색한 경우

 

내가 관심 있는 단어만으로 검색한다. 왜냐하면 정보를 찾기 어렵고, 잘 모르기 때문에.

4-3) 주변 관찰하기
담당자가 보통 레퍼런스를 찾는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바로 다른 (큰) 단체의 캠페인이다. 왜냐하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고, 검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말로 편협한 생각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비영리 관계자를 참여시키는 캠페인이 목적이 아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다. 일반 대중이 비영리 캠페인을 더 많이 접할까, 영리 광고 캠페인을 더 많이 접할까. 당연히 영리 광고가 압도적이다. 왜 영리 광고가 대중들에게 먹힐까. 당연히 광고 전문가가 있기도 하지만, 영리 광고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대중교통의 배너 광고, 간판, 현수막 관찰이다. 

 

1) 한정된 지면에 2) 짧으면서도 3) 임팩트 있고 4) 흥미를 끌고 5) 충분한 내용 전달이 되는 광고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시설을 넘어, 마을을 짓다.' 


부동산 분양 홍보 멘트라고 느껴질 것이다. 그걸 노렸다. 거주시설 완공 이후 새로운 모금 콘셉트가 필요했고, 우선 완성된 프로젝트로 시선을 끌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누구나 관심 있는 부동산 분양의 느낌을 살려 관심을 유도했다. 

편협한 생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생각의 구조

-우리가 해야 할 말 vs 상대의 관심을 끄는 말
-담당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vs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
-단 하나의 캠페인 vs 여러 방식의 캠페인
-마침표로 끝나는 캠페인 vs 물음표로 끝나는 캠페인
-직감에 의존한 캠페인 vs 데이터에 근거한 캠페인


3줄 요약
1) 사람은 관심사가 다 다르다
2) 특정 타깃의 현재 관심사를 찾고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라
3) 질문하고, 키워드 분석하고, 관찰하며 데이터를 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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