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캠페인에서 팀장, 선임 즉 하나의 팀을 이끄는 수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실적을 위해서 열심히 모금만 하면 될까? 마땅히 선임이라면 팀원들보다 개발을 더 잘해야만하는 걸까? 그래서 실적이 팀원들보다 잘나와야 팀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면 팀은 왜 있지? 전부 프리랜서로 돌리지. 날라다니는 팀장을 보고 선임을 보고 더 잘하도록 자극 받으라고? 자극보다 현타가 먼저 오면 어떻게 할건데?
마땅히 하나의 팀을 운영하는 최소한의 선임급이라면, 개인의 실적보다는 팀원이 쉬이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세팅하는데 더 힘을 써야한다고 본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더 빛이 난다. 무대가 없다면 배우는 절반의 힘 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배우들이 무대디자인, 무대조명, 무대공사를 다 할 수 없다. 배우는 연기연습에 힘쓰고 무대감독이 무대를 신경 써야한다.
모금캠페인의 무대는 어디일까. 바로 잠재후원자가 있는 모든 곳이 무대이다. 큰그림을 봐야하는 선임은 팀원들이 뛰어놀 수 있는 캠페인의 무대를 만들어줘야한다. 장소선정, 캠페인도구, 출력물, 홍보, 섭외, 민원관리 등. 그런데 선임이 이 무대관리는 뒷전이고 자기가 무대 위로 올라서면?
선임이 캠페인의 실무로 나설때는 팀원들의 권한과 경험을 넘어설 때 뿐이다. 그래서 실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입이 당황해하는 걸 무시한체, 시민들한테만 말을 건다면 막내는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막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주의 기울이고 언제든지 백업할 태세를 하고 있어야한다.
캠페인 팀의 선임을 막 달았을 때, 팀의 선임은 개발을 무조건 잘해야한다고 했다. 팀원들의 개발이 안 될 때, 선임이 나서서 팀의 실적을 끌어올려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랬다. 나의 개인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나만 쓸 수 있는 추가자료를 만들고, 전 캠페인 팀에서 경험했던 노하우를 사용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오는 팀원들의 반응은 '왜 그 좋은걸 혼자만 알고 있느냐.'였다. '당시에는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답하긴 했지만, 지금도 엄청 미안하다. 팀원이 끙끙 대면서 찾던 문제의 답을 선임이 혼자서만 독차지했다는 죄책감이었다.
그래서 요새는 팀원들이 좋은 캠페인을 더 많이 겪어볼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캠페인 환경을 조성해주려고 하고 있다. 다른 팀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피켓을 더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해서 사용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부스로 찾아오게 하고, 코로나로 인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까봐 캠페인용 의사소통그림판(AAC)을 제작한다든지, 정기후원만 받아야만 했던 캠페인을 잠재후원자 발굴을 위한 서명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항상 캠페인을 1년만 하면 자신의 꿈과 비전을 찾고자 떠나는 후임을 보며 다짐했다. 지금까지 겪은 캠페인은 잘못된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캠페이너와 시민 모두 즐거워야한다. 캠페인을 캠페인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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