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기본급으로만 한 달을 살아보고자 예산을 다시 리모델링을 한적이 있다. 예산을 짜면서 항상 걸리적 거렸던 것이 바로 보험이다. 30살도 되고 해서 기존 연금보험을 다시 살펴보니 보험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2명의 보험설계사(한화와 농협)와 엄마(웬만한 보험설계사보다 더 잘 아신다)사이에서 1시간 씩 통화하면서 고막과 머리가 아파온다. 보험설계사분들은 어떻게든 해지환급금과 약정금리를 언급하고(연금보험의 보험이 해지환급률이기 때문에 나는 중요시 여긴다), 엄마는 굳이 그런거 필요없다면서 브레이크를 걸어주신다. 보험은 내가 이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다. 그동안은 그냥 취업했으니까 엄마가 나보고 이제 내라고 하신걸 그냥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보험이라면 나도 보험에 대해 알고 있어야 호구당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보험을 공부해보니 보험가입은 확실히 영업이 아닌 설계다. 자격증을 가진 전문 설계사가 내 라이프 플랜에 맞게 보험을 설계해주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왜 보험설계사를 전문직이 아닌 영업이라고 생각할까?
보험수당을 타기 위한 안좋은 사례를 많이 접해서 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그들은 전문가로 대해주지 않은점도 있다. 밖에서 모금을 하면 한달 1~2만원의 후원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따진다. 후원금 사용내역, 단체에 대한 신뢰, 운영비지출내역 등 세세하게 따진다. 왜? 내 피같은 돈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싼 10만원씩 10년납을 하는 보험은 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덜컥 가입하는가? 그 설계사가 믿을만해서? 설계사가 좋다고 하니까? 약관과 계약서를 잘 보지 않고 오로지 설계사의 말만 듣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왜 전문가에게 질문하지 않는가, 왜 장점만 줄줄이 나열하고 단점은 이야기하지 않는지 의심해본적 있는가? 왜 약관을 분석하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가 전문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후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험을 가입한다면
보험의 가입의 목적은 무엇인지(저축인지 보장인지 투자인지), 월 납입능력은 어느정도인지, 해지환급금과 갱신률은 얼마인지, 비과세와 연말정산은 어떤지, 내 생활습관과 가족력, 업무환경을 고려해서 무엇이 우려되는지, 나의 인생플랜(이직, 은퇴, 결혼, 자녀계획 등)은 어떤것을 중점으로 둘것인지, 앞으로의 물가, 금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를 세세하게 세팅해서 보험설계사에게 요청해야한다. 그러면 보험설계사는 절대 비싸기만한 보험을 제시할 수 없다.
그리고 한 명의 설계사가 아닌 2명 이상의 설계사에 같은 조건으로 요청해보면 절대 같은 보험 설계를 들고 올 수 없다. 그러면 나하고 계약을 안할테니까. 어떻게든 다른 설계사보다 좋은 혹은 다른 조건을 들고 올 것이다. 물론 내가 보험에 대한 기초지식이 많고 의심이 많다는 가정하에.
그럼 후원은 어떨까. 애초에 의심은 많이 한다. 믿을만한 단체인가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믿을만한 단체의 기준은 무엇인가? 높은 인지도? 연예인홍보대사? 투명한 후원금사용?
투명한 후원금 사용은 어떻게 확인하는가. 그냥 후원금 사용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투명한가? 그러면 노래방 20만원 내역도 홈페이지에 올리면 투명한건가? 100% 수혜자에게 가면 투명한가? 뭘 보내는지는 중요치 않고 그냥 내 돈 전부가 가면 오케이?
후원에 대한 본인의 기준이 없다면, 아무리 밖에서 많은 모금단체를 만나도 의심만하지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후원자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놓지 않은 후원단체도 문제다. 보험약관 혹은 보험광고를 보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의 향연이다.
해지환급률, 공시이율, 치주, ci보험, gi보험, 소액암, 허혈과질환, 진단비와 의료실비 등등. 보험사가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애매모호한 30페이지가 넘는 약관과 내가 물어보지 않으면 먼저 말해주지 않는 설계사. 모금단체도 마찬가지. 후원금 사용내역이라고 올려줬지만 그래프만 딸랑 올려놓고 끝.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어야하는데 더 자세한 내용은 전화를 거쳐야하는 불편함. 연차보고서에서는 마찬가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알기 사용내역 들. 더 자세한 내역은 국세청의 공시자료를 봐야하지만 실제 찾아서 보는 과정도 복잡하다. 공시자료를 봐도 지출내역일 뿐 실제 임팩트 있게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도 알 수 없다.
투명하기는 하지만 잘하는지는 알 수 없다.
결국 보험이나 후원이나 내가 낸 돈이 아깝지 않게 쓰이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보험과 후원은 돈 내고 끝이 아니다. 수시로 들여보고 수시로 변화하는 정책을 공부해야한다. '속았네, 사기꾼이네'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의심하고 레이더를 켜놔야한다. 고객 혹은 후원자들이 편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감없이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신비주의와 영업비밀은 끝났다. '굳이 공개해야해?'라는 물음은 사생활에나 물어보고, 공개 필요성의 판단은 단체가 아니라 고객과 후원자들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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