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정만큼 중요한 과정이 사진촬영 커리큘럼이었다.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약간이라도 보이는 학생들도 있으므로 혼자서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물론 옆에는 서포터즈들이 보조하지만. 카메라 조작법 교육을 시작으로 친구 사진, 학교 사진, 풍경 사진으로 점점 확대되어갔다. 여기서 나도 반셔터라는 걸 처음 알았다.
![](https://blog.kakaocdn.net/dn/bsqrqv/btsLEGgCslE/EUB6PwQlVlHFFVKZKC08A0/img.png)
손으로 재료와 겉모습을 만질 수 있는 공작, 종이 위를 손가락으로 따라갈 수 있는 회화와는 다르게, 사진을 손만으로 무언가 하기 많이 어려운 작업이다. 우선 카메라의 접안 부분에 학생과 서포터즈가 동시에 눈을 대고 찍을 수 없다. 그래서 무엇을 대상으로 잡고, 초점을 제대로 잡는지 알기 어렵다. 디지털카메라의 화면을 보거나, 촬영하고 난 사진을 같이 보는 식이었다. 작은 화면이다 보니 손가락으로
’ 이 부분에 초점이 나갔고, 대상으로 하는 책상은 여기에 있어.‘
작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같이 찍어주더라도 그건 도화지와 달리 매번 구도는 달라졌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사진촬영에 매우 즐거워했다. 친구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을 때도 단순한 증명사진이 아니라, 가발을 쓰기도 했다. 학교를 주제로 사진을 찍을 때는 도자기 가마가 있는 학교 지하부터 곳곳을 돌아다녔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는 학교 인근의 산에 오르면서 산의 풍경을 찍었다.
![](https://blog.kakaocdn.net/dn/LrHNI/btsLDOfrahm/SM8HJxqER6F0FFKVsJvkf0/img.png)
사진을 흔히 ’ 찰나의 예술‘이라고 한다. 일상의 흔히 지나가는 것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진짜 찰나의 순간을 고정시킨다. 같은 장면과 모델을 보고 누군가는 ’ 햇빛을 가득 받은 모습을‘, 또 누군가는 ’ 석양빛을 받으며 그늘진 모습을‘ 찍고 싶을 수 있다.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 전문가의 후보정을 거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등 취향은 다양하다. 이처럼 사진에는 정답이 없다. 흔들리고, 초점이 나간 사진마저도 사진작가나 보는 사람에게는 울림이 있을 수 있다.
엔비디아 서포터즈를 하면서 만났던 맹학교 학생들의 사진과 미술작품에도 정답은 없었다.
추신 : 서포터즈 활동이 끝날 때쯤,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https://blog.kakaocdn.net/dn/cZAS6d/btsLDKjJjdL/DSxxeNqAzZtemYmZ6ZQVO1/img.png)
![](https://blog.kakaocdn.net/dn/emJRVb/btsLDJLXlwQ/KuMaQ8dFfwxYBTxSKWxhKk/img.png)
![](https://blog.kakaocdn.net/dn/bHQ3XT/btsLDKcZcnn/EdkRVsXWwAvA7YdTvjvlDK/img.png)
![](https://blog.kakaocdn.net/dn/b1pOyo/btsLEMA9Kfg/bvZ6fCHfv9hNuo81kKvNdk/img.png)
전시회는 문맥을 만드는 활동이다. 서로 관련이 없는(혹은 부족한) 작품과 콘텐츠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하나의 공간에 전시한다. 소설의 기승전결을 따라 읽도록 작가가 의도하는 것처럼, 큐레이터는 관람객의 동선, 작품의 배치 등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맹학교 학생들의 전시회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실패한, 망친 작품이겠지만 전시장 안에서 만큼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맹학교의 아이들도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고, 전시하면서 스스로를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한다.
그걸 보는 나도 인간에게, 아이들에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문화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기존의 문화와 관련된 지원은 ‘문화 바우처’, ‘티켓 할인’ 등 ‘문화 소비’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반쪽만 지원하는 사업이고 문화사업의 반대편에 있는 ‘문화 생산’에 대한 지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만든 이론이지만 문화 산업은 ‘문화 생산자’와 ‘문화 소비자’의 파이에 따라 결정되고,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들을 ‘문화 소비’ 시장에 참여하게만 하는 복지 제도에서 벗어나, ‘문화 생산‘시장에도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확충하여 ’ 문화 산업‘ 시장 전체가 커질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든다. 즉 ‘문화생산자’의 파이에도 장애인들이 쉽게 들어온다면, 대한민국의 문화산업 전체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엔비디아 비주얼 서포터스가 나에게 남긴 것은 ‘처음으로 끝까지 완주한 대외활동’과 ‘남은 대학생활 동안 나는 어떤 사회복지를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끝낸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사회복지에서 살아남기(Survivng the Social Sect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pter 1. 사회복지학과에서 살아남기] 엔비디아 비주얼서포터즈 - 2 (0) | 2025.02.10 |
---|---|
[Chapter 1. 사회복지학과에서 살아남기] 엔비디아 비주얼서포터즈 - 1 (1) | 2025.02.08 |
[Chapter 1. 사회복지학과에서 살아남기]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 내 첫 에이쁠 (0) | 2025.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