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가람장어는 본가에 내려갈때 자주 찾는 특별한 맛집입니다. 이번 설 연휴를 맞아, 어머니께서 우리 부부와 막내 부부를 위해 외식으로 가람장어를 선택하셨습니다. 먹고 싶은거 사주신다고 하시면서, 장어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셨고, 와이프도 다행히 장어를 좋아해서 가람장어를 가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평소에 고깃집보다는 장어집을 자주 가는 편이라,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가게는 광주 북구의 영산강교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넓은 주차 공간이 있어 차량 이용 시 편리합니다. 보통 1층에서 식사를 하며, 2층은 단체 예약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자리에 안내받고, 식육식당처럼 장어를 먼저 고른 후 결제를 하게 됩니다. 상차림비는 별도로 발생합니다. 저희는 5명이서 큰 장어 3마리를 선택했는데, 장어값으로만 총 23만원이 나왔습니다.
주문 후 기다리면 상차림이 준비되고, 숯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초벌된 장어가 통째로 나옵니다. 무슨 장어가 초밥에 올라가는 장어크기가 아니라, 장어의 크기는 성인 남자의 팔뚝만한 크기였고, 와이프는 그런 크기는 처음 봤다고 놀라긴 했습니다.
직원분이 하나하나 붙어서 직접 구워주고 잘라주며 손질해 주셨습니다. 장어가 커서 한 점을 다 입에 넣기 힘들 정도였고, 뜨거운 장어를 반으로 나눠서 먹어야 했습니다.
장어를 먹을 때는 생강, 씻은 묵은지, 부추 등 다양한 재료로 쌈을 싸서 먹을 수 있습니다. 리필공간이 따로 있어서 원하는만큼 반찬을 가져다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생강보다는 쌈장+마늘+씻은 묵은지 조합을 선호합니다.
식사가 끝난 후, 저번에 왔었을때는 백합칼국수가 별로 였다는 막내부부의 평이 있어서,1인당 후식으로 장어탕을 하나씩 시켰습니다. 작은 뚝배기에 담긴 장어탕은 추어탕과 비슷한 맛이었고, 밥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장어탕과 잘 어울렸습니다.
큐레이터에서 사회복지, 그 중에서 장애인복지로 진로를 잡은 후에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3학년때 날려먹은 학점을 다시 복구해야했고, 졸업기준인 영어성적을 맞춰야했고, 필수전공이자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필수인 사회복지실습을 해야했다. 실습처를 직접 찾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보는 지루하지마 긴장된 과정이었다. 대부분 사회복지관에서는 방학 기간에 맞춰서 실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 실습을 진행하지 못하면 졸업에 문제가 생긴다. 좋은 실습자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잡기 위해서 실습 공고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총 2곳의 실습면접을 거쳤고, 다행히도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성북장애인복지관에서 실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습생을 나를 포함해서 2명뿐이었다. 직장인이 되어 여러 기수의 실습을 보았지만, 내가 실습받을 때 인원이 적긴 적었다.
실습생은 대학생이지만 직장인의 체험도 하기 때문에, 방학 1달동안 강제 9 to 6를 하게 되었다. 출근해서 실습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오전 3시간 커리큘럼, 점심식사 후 오후 2~3개의 커리큘럼을 듣게 된다. 사회복지기관의 구조,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사회복지행정, 1박2일 캠프, 캠페인 등 대학교에서 이론으로 듣기만 했던 것들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 겨우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 커리큘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는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1박 2일 캠프, 장애인식개선캠페인이었다.
-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한타임정도 직접 대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보는 커리큘럼이다. 나는 당시 큐레이터 준비할 때 아이디어 메모를 자주 했는데, 거기에 기록해놓은 아이디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가능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계획서 피드백과 수정을 거쳤다. 그렇게 피드백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된 사업은 장애아동의 소근육 발달과 창의성 발달을 위한 ‘시골집 앞마당 만들기‘였다.
싸이월드 형태의 3D 입면체 안에 본인이 상상하는 ’시골 앞마당‘에 어울리는 물품을 배치해보고, 이를 직접 보고 그림으로 까지 그려보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도와주던 봉사자 한분이 기존 학교 교육과정 중에 비슷한 과정이 있다고 했었다.
내가 새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당연히 교구는 없었고 내가 직접 다 만들어야했다. 우드락을 구매해서 아동 수별로 입면체를 만들고, 나무, 가축 등 다양한 이미지를 인쇄해서 하나하나 다 수작업으로 모형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간단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돌입했다. 봉사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어려웠다. 계획에 없던 변수들이 생겨서 실습동기와 허둥지둥 프로그램실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그 과정이 좀 아쉬웠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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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박 2일 캠프
겨울방학에 실습이 이루어졌고, 당연히 방학을 활용하여 장애아동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1박 2일 캠프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동, 봉사자, 실습생, 담당 사회복지사가 동행하는 꽤 많은 인원의 프로그램이었다. 겨울,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다. 얼음썰매, 캠프파이어, 딸기 따기 체험, 요리 등 아동, 봉사자와 함께 즐겁게 놀았다. 실습 내 프로그램 진행 중에 내가 담당하는 아동이 1명 있었다., 캠프를 직접 가서 그 아동이 피아노를 좋아하는 알게 되었다. 피아노 건반을 치는 행동을 하면 아주 좋아했다.
- 장애인식개선캠페인
성북장애인복지관은 이후에 내가 취업하는 장애복지법인에서 위탁운영하는 복지관이다. 자연스럽게 장애 관련 콘텐츠가 많았고, 역대 실습에서는 복지관 인근을 나가 자원개발 겸 장애인식개선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연히 우리도 해당이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나가야 했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관내에서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전지에 무언가를 쓰고 그리려 했는데, 둘 모두 영 손글씨에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캠페인 내용을 출력해서 화일에 끼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담당 복지사님도 1층에 요구르트를 세팅해주시면서 캠페인 참여를 도와주셨다. 복지사님이 1층 로비에서 관내 이용자님들에게 ‘요구르트 드시고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라고 하면 나와 동기가 차례대로 옆에 붙어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관내 이용자분들은 캠페인에 대단히 호의적이셔서 마음 편안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습을 해야 했을때는 많이 귀찮고 꼭 해야하는건가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막상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내게 남았다. 특히 내가 직접 기획하고 / 준비하고 / 진행한 프로그램을 아동들이 신나하면서 만드는 것을 보고 정말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감,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만든 사업은 내 자식과 같은 존재인데, 내 자식이 칭찬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
아 참고로 원래 실습을 하면 기관에 실습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야한다. 아마 거기에 급식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가 실습을 받았던 복지관은 실습장학생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장학금 10만원을 받고 실습을 받았다. 전공수업 실습발표 때 장학금을 받았던 곳은 내가 다녔던 기관고 모법인뿐이었다. 이후 그 법인에 취업했고, 거기서는 실습장학생들에게 100만원씩 지원해주었다. 확실히 장학금을 받고 실습을 받으니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광주 첨단 스시 맛집, 루키초밥에서의 특별한 외식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설 명절을 맞아, 구여친이자 현재 아내와 함께 본가인 광주로 이동하였습니다. 막내 동생 부부와 어머니와 함께 외식하러 나갔습니다. 우리 가족은 평소에 해산물 위주로 외식하는 편이라, 이번에는 스시를 먹고 싶어서 막내동생 부부가 추천하는 스시집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 조금 안 되어 있었지만, 이미 자리는 만석이었습니다. 대기 공간이 별도로 야외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석유난로가 고장 나서 담요를 덮고 대기해야 했습니다. 직원분이 토치로 계속 난로를 켜주려고 했지만, 심지가 짧아졌는지 금방 꺼져버렸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 대기하는 것이 다소 힘들었지만, 기대감이 커서 참을 수 있었습니다. 대기 중에는 다른 고객들과의 대화도 오가며, 스시의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드디어 5명 자리가 나서 안으로 이동했고, 주문을 했습니다. 13피스가 있는 루키스페셜 3개와 구운동(연어아부리동) 2개를 선택했습니다. 식전으로는 부드러운 계란찜과 미소된장국 우동이 나왔습니다. 계란찜은 정말 부드럽고 고소했으며, 미소된장국 우동은 적당한 간과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날씨가 추웠어서 저는 한번더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연어아부리동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밥과 구운 연어 위에 고소한 윤기가 돌고 있었고, 노른자를 터뜨려 비벼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와사비를 앞접시에 덜어서 자기가 원하는 만큼 얹어서 먹었고, 신선한 연어와 잘 어우러지는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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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루키스페셜초밥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양이 푸짐하게 나와서 놀랐습니다. 가격은 3만원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스시의 종류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듯했는데,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삼치와 감태가 있는 초밥도 있었지만, 통풍인 관계로 등푸른 생선을 줄여야해서 아쉽지만 와이프에게 양보했습니다. 양이 적은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배가 불러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체적으로 루키초밥의 분위기는 아늑하고 깔끔했습니다. 직원들은 친절했으며, 기다리는 동안의 불편함을 최소화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매우 만족해 하셨고, 막내 동생 부부도 이 집을 추천해준 것에 대해 흡족해했습니다.
이곳은 스시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만 주차공간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차를 가져가신다면 갓길에 주차하고 이동하셔야 합니다.
여러분도 광주를 방문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스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루키초밥에서 특별한 식사를 즐겨보세요!
카페에서 여러 정보를 얻고 혼자서 공부할 때, 카페에서 번개모임을 하는데 올 사람을 찾는 글이 보였다.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과 메인 건물 앞이었다. 다른 참석자들을 위해서 자료도 하나씩 준비해오라고도했다.
편의점 알바 시간을 바꾸고, 자료를 정리해서 출력해서 약속 당일날,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정작 참석자들의 연락처가 없었다 보니 누가 참석자인지, 정확히 어느 포인트에서 만나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렸다. 가을 날씨였지만 해가 지니 많이 쌀쌀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와, 어떤 어른 한분만이 계셨다.
모이기로 한 참석자는 4명인데, 시간이 다 되도록 나와 그 어른 분만 장소에 있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폰 배터리도 떨어져 가던 중에 한 분이 허겁지겁 오면서 겨우 모임이 성사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스터디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냥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저녁으로 닭갈비를 먹었다. 모인 4명 중에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렸다. 그리고 1분은 대학원생이셨고, 1분은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이셨다. 저녁으로 통째로 소비한 것 치고는 소득이 그렇게 높은 만남은 아니었지만, 비전공자가 전문 직업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많이 나눌 수 있었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공부를 지속했다. 사회복지전공 수업을 하면서 자격증 준비와 알바까지 하는 게 쉽진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 교육은 야간 편의점 알바를 가기 전에 조금씩 챙겨 들었고, 문화사(세계사)는 학교 쉬는 시간에 틈틈이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가 광화문 근처에 위치한 박노수 미술관에서 봉사자를 구한다는 공고를 봤다. 아마 큐레이터 준비 카페였을 것이다. 규모는 크지 않았고, 박노수 작가가 소유하 더 집을 개조해서 미술관으로 운영 중이었다.
주로 하는 일은 오픈 청소와 방문객이 오면 티켓 출력을 도와주고, 전시시간 동안 작품 근처에서 안내를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을 부직포밀대로 청소하고, 먼지를 닦는 간단한 청소를 끝내고 나면 관람객이 올 때까지 가만히 서서 고요함을 느꼈다. 정원을 보면서 전시 디자인을 혼자서 기획해보기도 했다. 정원에 놓인 석상을 보면서 동양의 석상과 서양의 석상을 비교해 보는 전시, 장원급제 합격자들을 답안지, 문과 관련된 전시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당시 메모지의 일부
그렇게 시험일정이 다가왔다. 박물관학은 무난했었다. 영어는 역시나 어려웠다. 그때 당시에는 본격적으로 토익공부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수능 영어가 전부였던 나에게는 어려웠다. 그리고 문제의 선택과목이었다. 한국사에는 2문제가 나왔는데, 첫 문제만 기억이 난다.
[고려와 조선의 지방사회를 비교하시오.]
이렇게 대질문이 하나 나오고 그 밑에 소질문이 3개 정도 있었다. 그래도 이걸 서술형으로 아는 대로 다 써야 하고, 답안지 크기도 진짜 커서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었다. 국사과목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서 고려는 매향과 호족, 조선은 향교와 지방관을 키워드로 작성했다.
문화사는 다음 2문제가 나왔다.(정확한 명칭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중국 청나라 강희제 시대를 서술하시오.]
[유럽의 30년 전쟁을 서술하시오]
이 문제를 받고 망했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사는 미처 거기까지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유럽의 30년 전쟁은 100년 전쟁과 내용이 헷갈렸다. 그래서 각각 50점 배점이라고 생각해서 중국사는 포기하고 서양사만 집중해서 쓰기로 했다. 모든 내용을 다 손으로 써야 했기에, 손가락이 부러져라 작성했다.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발표가 12월인가 그랬던 거 같았다. 현재 성적표는 찾아볼 수 없지만(큐넷 홈페이지에서 최근 1년만 검색이 된다.) 문화사는 과락을 겨우 넘겼다. 그리고 합격 기준인 평균 60점에서 평균 1.5점이 부족했다.
문화사 혹은 영어에서 좀 만 더 공부했더라면! 잠깐의 후회는 했지만, ITNJ의 성격상 바로 다음 계획을 짜야했다. 다음 시험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준비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원 코스를 밟을 것인가.
1. 다음 시험을 준비한다. :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라 다시 1년을 준비해야 한다.
2. 전공을 살려 취업을 준비한다. : 인문계인 국사학과보다는 정경계열인 사회복지학과가 취업에 더 유리하니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해야 한다.
3. 대학원 코스를 알아본다. : 입학은 둘째 치고,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 입학 비용을 걱정해야 한다.
여러 과정을 고민하지만 ‘이거다!’하는 선택이 없었다. 그렇게 대학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우연히 찾게 된 ‘국립민속박물관의 봉사활동 공고‘ 이 활동이 나의 진로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는 실패보다 성공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 살기가 그만큼 쉬울 리 없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쉽게 접한다.
왜 우리는 실패하는가. 환경 탓, 개인능력 탓, 팀원 탓, 운탓, 정책 탓, 시대 탓, 날씨 탓 등등, 책임을 돌리려면 언제든지 돌릴 수 있다. 개인 탓으로 돌리면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탓이요, 환경 탓으로 돌리면 '잘되면 내덕, 안되면 네 탓.'이 되어버린다.
실패의 원인, '~탓'을 찾는 이유는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가 아닌(책임을 전가하면 맘이 편하긴 하지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배울 점이 더 많다. 그래서 캠페인을 하면서 내가 실패했던 것들을 분석해봤다.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내용이다.
1) 배드민턴 자선대회
목적 : 배드민턴 자선대회를 통해 후원금 모금 및 장애인식개선
실패 원인 : 배드민턴장 섭외 불가
모금 담당자라면 모금행사를 한 번쯤 꿈꿨을 것이다. 여러 모금행사 중 자선대회는 스포츠 분야 유명인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금행사다. 당시 근무하던 사회복지법인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배드민턴 사업을 진행했다.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 수상, 보조강사로서 자립, 기업과 스폰서 계약, 전국 발달장애인 배드민턴 대회 개최 등 큰 성과를 이룩했다. 그래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팀을 이루거나 경쟁하는 대회를 통해 모금을 해보고 싶었다.
우선 배드민턴 대회가 어떻게 진행되는 알아야 했다. 의정부에서 배드민턴 대회가 열리는 것을 배드민턴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 비 오는 일요일, 버스를 타고 가서 배드민턴 대회에 직접 가봤다. 처음에는 경기장을 착각해서 시간이 걸리긴 했다.
도착하고 보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 진행방식, 팀 편성, 스폰서들의 홍보방법, 안내처, 경품, 필요한 물품들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경기를 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메모했다
하지만 문제는배드민턴 경기를 위한 배드민턴장이었다. 서울의 각 자치구별로 배드민터 장이 있다. 배드민턴장에 전화를 다 돌려봤지만 특정 회사의 행사를 위한 대관이 불가능했다. 가끔 관리자 재량으로 오픈해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다.
서울 내 배드민턴장에 전화를 다 돌려봤다.
가장 중요한 경기장 섭외가 불가능해 결국 계획 단계에서 실패.
그래서배드민턴 대신 볼링대회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볼링대회로 변경해서 계획서를 작성한 기억이 있다. 프립미팅을 통해 최소 수수료로 프립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계획서에서 멈춘 이유는코로나로 인해서 아예 대외행사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 나노 블록
목적 : 크라우드펀딩 리워드
실패 원인 : 대량생산으로 인한 단가 문제
'크루세이더 퀘스트'라는 모바일 게임에 한창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굿즈도 사서 할 정도로 열심히 했었는데, 그때 굿즈가 나노 블록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노 블록을 직접 디자인해서 만들 수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www.usecubes.com)나노 블록 디자인을 만들면 직접 부품을 배송까지 해줬었다.
www.usecubes.com / 각종 나노 블록 디자인들을 볼 수 있다
회사의 마스코트를 만들어서 크라우드 펀딩 리워드를 진행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크라우드펀딩을 해보고 싶었으나, 제공할만한 리워드가 딱히 없었다. 펀딩에 어울리는 리워드가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했었다.
위 2가지 요소, 크라우드 펀딩의 리워드 X 나노 블록 굿즈가 합쳐지니 실제 사업화하기 위한 예산이 필요했다. 개인 소장을 위해 사이트에서 배송한 가격은 23.9$였다. 약 3만 원대. 나노 블록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기 위해 필요한 블록의 종류의 개수를 다 조사해서 엑셀로 기입했다.
설명서(동영상)를 다 돌려가면 다 셌다.
디자인과 블록 개수를 나노 블록업체에 견적을 요청했고, 공장 하나를 돌려서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한 번에 4,000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 즉, 펀딩으로 4,000개가 팔리지 않으면 다 악성 재고라는 의미였다. 순간 자신감이 확 줄었다. 개당 1만 원짜리 리워드여도 4,000만 원의 펀딩금액은 당시 신입한테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3) 게임사 사회공헌팀 미팅
목적 : 게임 유저들과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
실패 원인 : 사회공헌 미팅 경험 부족
실패한 3가지 중 당시에는 가장 아쉬웠지만, 지금은 좋은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례다. 모금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할 때, 관련 뉴스레터는 전부 구독했었다. 거기에는S사의 사회공헌팀이 제공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게 되었다. 꾸준하게 뉴스레터를 보고 있던 중, 18년도 말 뉴스레터에서 구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던 것을 봤다. 추천할만한 단체가 있다면 추천해달라는 항목도 있었다. 그래서 성심성의 껏 우리 단체와 사업의 소개글을 적어서 보냈다. 그리고 기억에 잊혔는데, 다음 해 2월에 차담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메일을 받았다. 당시의 기분은 말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거기서부터 헛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초면에 부담스럽게 어떻게든 단체를 소개할 생각만 했었다. 그게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추후 외부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회사 창고를 뒤져서 예전 자료들을 찾아내고, 가지고 있는 브로셔, 책자 전부를 다 가지고 갔다.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고, 끝나고 가던 중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구나라고 느꼈다.
우선, 다이어리를 펴놨지만 딱히 무언가를 쓰지 않으셨다. 두 번째,우리가 답변을 제대로 못했다. 일개 사회복지사가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과 나누는 대화가 아닌, 사업의 담당자로서 답변을 했어야 했다. '이 사업(당시에는 무연고 장애아동을 위한 보금자리 건축사업)으로 무엇을 할 건가요.'에서 좀 더 전문적인 답변을 했어야 했다.
끝나고, 제안서를 하나 보내기는 했지만 아쉽게 거절하셨다. 그 이후에 기업 사회공헌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그 뉴스레터는 받아보고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잖나. 나는 네가 살아 돌아와 잠을 자도 웃음이 나온다. 삼천을 잃었다고? 너에게 3만을 주마. 가서 북을 치거라.'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허저는 눈물자국 난 채로 웃으면서 북을 친다. 그리고 조조는 병사들을 모은 후 이렇게 연설한다.
'장수는 의원과 같다. 의원은 치료한 사람이 많을수록 고명하지. 바꿔 말하면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도 점점는다. 장수가 패전 몇 번 안 하고 어찌 승리의 비결을 얻겠나. 세상에 백전백승하는 장수는 없다. 패해도 굴하지 않는 장수가 있을 뿐이다. 그런 자가 결국 승리하지'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장수의 존재 이유는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패장은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참수하거나, 일개 병사로 좌천시킨다. 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는 장병들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패배는 장수에게 당연한 거라고. 우리는 백만 대군, 세금도 다 그대로라고.
아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최선을 다한 장수를 책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말. (다시 말하지만 위 빠가 아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금가(담당자)는 모 아니면 도다.모금 해오든가 못하든가. 눈에 보이는 금액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 오늘, 이번 주, 이번 달의 목표의 달성 여부가 즉각적으로모금가(담당자)를 압박 해온다. 사명감을 가진 모금가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모금 전략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직접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피드백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운이 따르지 않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모금가(담당자)에게 칭찬과 상은 당연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모금가(담당자)에게는? 참수형을 내릴 건가? 캠페인의 성공률은 25%뿐이다.모금의 실패는 모금가(담당자)에게는 당연히 겪고 넘어가는 일이다. 만약 실패 때마다 벌을 주고 위협적으로 나온다면모금가(담당자)는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 자체를 두려워하면 어떠한 시도도 큰 위협으로 느낀다.
모금 요청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모금은 실패한다.
'거절할 거 같아.'
'어차피 안 해줄 거야.'
'또 쫓겨나겠지.'
'이번에도 문전박대겠지.'
'안되면 또 깨지겠지.'
이게 심해지면
'아 나는 모금이랑 안 맞나 보다.'
'나는 모금도 못해오는 녀석이라고 비교당하며 혼나겠지.'
자기 비하와 피해의식, 우울의 늪에 빠진다.
울며 들어오는 모금가(담당자)를 보며 '왜 이거밖에 안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 만나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필요한 걸 말해라. 회사에서 다 지원해주마.'라는 말을 건네보자. 실패의 산이 높을수록 성공했을 때의 가치도 높아진다. 실패의 무게는 굳이 질책하지 않더라도 모금가(담당자)가 이미 체감하고 있다.
p.s 다 지원해주는데도 소위 '대충 하는' 담당자라면, 인원을 잘못 채용했거나 담당자가 현 대우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 담당자는 회사 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함께 수원 스타필드로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특별한 점심을 위해 2층에 있는 베트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도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고,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편리하게 주문했습니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분팃느엉과 효뜨쌀국수였습니다. 분팃느엉은 흔히 알려진 분짜와 비슷한데, 소스를 부어 비벼 먹는 점과 분짜가 함께 올라가 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새콤한 맛이 입맛을 돋워주어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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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뜨쌀국수는 얼큰한 해물 쌀국수라고 볼 수 있는데, 해물 육수를 베이스로 해서 새우탕면 국물 맛이 났습니다. 여기에 레몬그라스로 추정되는 신맛이 더해졌고, 마지막으로 얼큰한 맛이 전체를 조화롭게 만들었습니다. 해물도 푸짐하게 들어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전반적으로 수원 스타필드의 이 베트남 식당은 분위기와 맛 모두 훌륭했습니다. 특히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은 맛집이 되었습니다.
동양의 고전하면 역시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다.난세의 영웅, 지략의 책사, 용맹의 장수들. 실제 역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매력적인 스토리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재창조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삼국지 드라마를 접했다. 드라마를 극장판으로 편집해 만든 영화라 중간중간 생략된 부분도 많았다. 삼국지하면 대표적인 인물인 조조는 한 평생 유비의 의형제인 관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2화에서 조조 밑에 있던 관우는 큰 형님인 유비가 살아 있단 소식을 듣고 바로 조조의 품을 떠났다. 적토마를 타고 떠나는 관우의 뒷모습을 보며 조조는 이렇게 한탄했다.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극 중 대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말 때문에 삼국지가 고전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한다.
모금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지만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마음보다, 특정 페르소나 혹은 통계, 빅데이터에 의존하기도 한다.
바로 내가 그랬다. 이과 성향을 가진 나는 숫자를 좋아했다.성별, 연령에 따른 확률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을 짰다. 한 시즌의 결과가 나쁘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근거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게 3년간 모인 데이터만 3천 명이 넘었다.처음 보는 사람 /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이라는 거리모금의 특성상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 사람의 기부 가치관, 생활패턴, 소비습관, 돈에 대한 태도, 종교관, 직업관, 가족관계 이런 걸 5분 안에 어떻게 다 알겠는가. 소개팅처럼 다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그래서 양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30%대의 개발률로 일정 실적을 달성하려면,최대한 많이 말을 걸고 설명해야 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누구한테는 온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반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마음을 얻지 못하고.
마음의 반만 얻은 후원.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가. 부족했던 걸까 아예 안 맞았던 걸까.
이 고민은 삼국지를 보기 전, 모금 캠페인을 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다. 고민의 답을 찾고자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외부교육도 받아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정리도 해보고. 내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던 @nyimphe 님과 수용을 강조하신 국장님과의 면담까지. 답을 찾을 뻔하기도 했지만 내 맘에 탁! 와 닿는 답은 없었다.
그리고 3년 만에 찾아온 화두이자 명쾌한 답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조조도 집과 하인, 술과 고기, 심지어 적토마를 하사 했음에도 관우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피켓과 책자, 완벽한 설명, 적절한 제스처를 썼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어려운 게 아니라 욕심이었다.
"의사는 수술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은 보호자에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본지 오래돼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의미의 대사가 있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금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릅니다. 날씨, 시민분의 옷차림, 그날의 컨디션, 갑작스러운 경조사 등. 그래서 '얼마만큼 모금해오겠습니다'라고 해서는 안된다. 모금가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