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x100

 

큐레이터에서 사회복지, 그 중에서 장애인복지로 진로를 잡은 후에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3학년때 날려먹은 학점을 다시 복구해야했고, 졸업기준인 영어성적을 맞춰야했고, 필수전공이자 사회복지사 자격증에 필수인 사회복지실습을 해야했다. 실습처를 직접 찾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면접까지 보는 지루하지마 긴장된 과정이었다. 대부분 사회복지관에서는 방학 기간에 맞춰서 실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때 실습을 진행하지 못하면 졸업에 문제가 생긴다. 좋은 실습자리를 조금이라도 빨리 잡기 위해서 실습 공고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총 2곳의 실습면접을 거쳤고, 다행히도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성북장애인복지관에서 실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습생을 나를 포함해서 2명뿐이었다. 직장인이 되어 여러 기수의 실습을 보았지만, 내가 실습받을 때 인원이 적긴 적었다. 

 

실습생은 대학생이지만 직장인의 체험도 하기 때문에, 방학 1달동안 강제 9 to 6를 하게 되었다. 출근해서 실습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오전 3시간 커리큘럼, 점심식사 후 오후 2~3개의 커리큘럼을 듣게 된다. 사회복지기관의 구조,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사회복지행정, 1박2일 캠프, 캠페인 등 대학교에서 이론으로 듣기만 했던 것들이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야’ 겨우 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여러 커리큘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는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1박 2일 캠프, 장애인식개선캠페인이었다.


-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

 

한타임정도 직접 대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해보는 커리큘럼이다. 나는 당시 큐레이터 준비할 때 아이디어 메모를 자주 했는데, 거기에 기록해놓은 아이디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이디어를 실제 실행가능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계획서 피드백과 수정을 거쳤다. 그렇게 피드백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된 사업은 장애아동의 소근육 발달과 창의성 발달을 위한 ‘시골집 앞마당 만들기‘였다.

 

싸이월드 형태의 3D 입면체 안에 본인이 상상하는 ’시골 앞마당‘에 어울리는 물품을 배치해보고, 이를 직접 보고 그림으로 까지 그려보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도와주던 봉사자 한분이 기존 학교 교육과정 중에 비슷한 과정이 있다고 했었다. 

 

내가 새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보니 당연히 교구는 없었고 내가 직접 다 만들어야했다. 우드락을 구매해서 아동 수별로 입면체를 만들고, 나무, 가축 등 다양한 이미지를 인쇄해서 하나하나 다 수작업으로 모형을 만들었다.

실습 준비물
실습 진행
아동 실습 결과물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간단한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내고, 본격적으로 만들기에 돌입했다. 봉사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어려웠다. 계획에 없던 변수들이 생겨서 실습동기와 허둥지둥 프로그램실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그 과정이 좀 아쉬웠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320x100

- 1박 2일 캠프

 

겨울방학에 실습이 이루어졌고, 당연히 방학을 활용하여 장애아동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1박 2일 캠프가 포함되어 있었다. 아동, 봉사자, 실습생, 담당 사회복지사가 동행하는 꽤 많은 인원의 프로그램이었다. 겨울,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었다. 얼음썰매, 캠프파이어, 딸기 따기 체험, 요리 등 아동, 봉사자와 함께 즐겁게 놀았다. 실습 내 프로그램 진행 중에 내가 담당하는 아동이 1명 있었다., 캠프를 직접 가서 그 아동이 피아노를 좋아하는 알게 되었다. 피아노 건반을 치는 행동을 하면 아주 좋아했다.

프로그램 계획서

- 장애인식개선캠페인

 

성북장애인복지관은 이후에 내가 취업하는 장애복지법인에서 위탁운영하는 복지관이다. 자연스럽게 장애 관련 콘텐츠가 많았고, 역대 실습에서는 복지관 인근을 나가 자원개발 겸 장애인식개선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연히 우리도 해당이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나가야 했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관내에서 이용자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캠페인 기획 아이디어
캠페인 기획 아이디어
캠페인 기획 아이디어
캠페인 기획 아이디어

처음에는 전지에 무언가를 쓰고 그리려 했는데, 둘 모두 영 손글씨에 재주가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캠페인 내용을 출력해서 화일에 끼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담당 복지사님도 1층에 요구르트를 세팅해주시면서 캠페인 참여를 도와주셨다. 복지사님이 1층 로비에서 관내 이용자님들에게 ‘요구르트 드시고 캠페인에 참여해주세요.’라고 하면 나와 동기가 차례대로 옆에 붙어서 캠페인을 진행했다. 관내 이용자분들은 캠페인에 대단히 호의적이셔서 마음 편안히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실습을 해야 했을때는 많이 귀찮고 꼭 해야하는건가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막상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내게 남았다. 특히 내가 직접 기획하고 / 준비하고 / 진행한 프로그램을 아동들이 신나하면서 만드는 것을 보고 정말 처음으로 느껴보는 쾌감, 짜릿함을 느꼈다. 내가 만든 사업은 내 자식과 같은 존재인데, 내 자식이 칭찬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싶다. 

 

아 참고로 원래 실습을 하면 기관에 실습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야한다. 아마 거기에 급식비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가 실습을 받았던 복지관은 실습장학생이라는 명목하에 오히려 장학금 10만원을 받고 실습을 받았다. 전공수업 실습발표 때 장학금을 받았던 곳은 내가 다녔던 기관고 모법인뿐이었다. 이후 그 법인에 취업했고, 거기서는 실습장학생들에게 100만원씩 지원해주었다. 확실히 장학금을 받고 실습을 받으니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도 실습을 준비하고 하고 있는 모든 예비 사회복지사분들 화이팅이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