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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수업을 듣고 실습을 했다고 해서 사회복지사를 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 학사‘이상의 학위를 요구하고 있기에, 나 또한 대학교를 졸업해야 했다. 각 학교마다 졸업요건이 다양한데, 당시 우리 학교는 영어점수를 요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무관심을 넘어서 극혐 하던 나에게 토익과 오픽 점수는 너무 가혹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영어책을 읽는 소녀
출처 : Pixabay

 

수능공부도 학원, 인강 없이 독학했지만 영어만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흔히 아는 대형학원보다는 등록금 뽕을 뽑기 위해서, 교내 어학원의 토익 클래스에 등록했다.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비용을 돌려주는 환급반이었다. 

 

일주일에 2번 정도인가 교실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분명 나 말고 등록한 학생은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 혼자 와서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초반에 하던 출석체크도 굳이 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까지 안 왔으면 강사님은 그냥 공짜 쉬는 시간이었을 텐데, 굳이 내가 열심히 가서 수업을 들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수업을 등록해서 듣는 토익공부는 효과가 있었다. 토익은 지금도 그렇지만 순수 영어실력 테스트보다는 스킬활용에 가깝게 느껴진다. 문제를 분석해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 많다. 그래서 단순 암기가 많았다. 고등학교 수능영어 때도 느꼈지만, 나는 이해가 안 되면 암기가 잘 안 된다. 흐름과 그 과정이 이해가 되면 암기가 잘된다. 당시 수능 과목이었던 윤리와 사상은 문제집 자체를 아예 통째로 다 외웠었다. 왜냐하면 이해가 되었으니까. 그러나 영어는 아니었다. 1 형식, 2 형식부터 왜 저렇게 나눈 건지 몰랐고, ’이 문제의 답은 5 형식이기 때문에 이게 들어간다.‘이렇게 해석을 해버리니 와닿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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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서, 강사님은 최대하 이해를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르쳐주셨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another가  an+other라는 것. 그리고 have a reservation(의구심을 갖다)와 made a reservation(예약을 하다)는 본인이 실제 시험장에서 처음 본 구문이라서 틀렸다는 것.

 

그렇게 첫 번째 토익 시험을 치렀다. 600점대가 나왔다. 환급 기준에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시험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2번째 시험에서 점수가 800점이 나왔다. 내가 죽어라 공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토익 시험 유형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파트 5의 문제 숫자가 줄고, 파트 6,7,8의 유형도 메신저 등 현재에서 사용할 만한 형식이 많이 나왔다.

 

나의 최대 약점이었던 문법이 줄어들고, 강점인 독해가 익숙한 형태로 나온다? 그럼 말 다했지. 당당히 등록비의 절반을 환급받았다. 이걸로 영어와의 악연이 끝나면 좋았겠지만, 리딩과 리스닝 점수 외에도 스피킹 점수도 냈어야 했다. 토익스피킹 또는 오픽 점수가 또 필요했다. 자유로운 답변이 가능하다는 오픽에 도전했다. 등급은 딱 IL이상만 나오면 되었다.

 

읽기&듣기보다 말하기&쓰기가 더 어렵다. 한국형 영어교육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오픽은 별도 수업을 듣지 않았다. 무슨 생각에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토익공부하던 감을 가지고 그대로 정말 최소한의 독학을 하고 시험을 쳤다. 오픽은 시험 당일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험장은 매우 작았다. 앞 타임 시험을 보고 다음 시험 타이밍을 기다렸다. 시험장안은 예전 고등학교 어학실처럼 좁은 칸막이책상에 컴퓨터와 헤드셋이 놓여있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시험문제는 ‘친구들과 비디오를 같이 보려는 상황에서, 기계가 고장이 난 상황‘이 주어졌다. (물론 영어로) 뭔가 더듬더듬 대답을 했었을 것이다. 그러니 한 번에 IL등급을 받았지.

 

파파고, 구글번역이 지금쯤이면 완벽한 영어 번역기를 내주기를 기대하면서, 사회복지를 하는데 영어가 많이 쓰이지 않으니, 이런 핑계를 대면서 피했던 영어 시험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때 이후로 영어는 쳐다도 안 보다가, 최근에 급하게 다시 영어성적이 필요해서 1주일만 공부해서 시험을 쳤었다. LC는 시간이 없어서 공부하지 않고 RC만 공부했는데, 웬걸 LC에서 400점이 나오고, RC는 265점..

 

정말 영어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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