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영리 아카이빙(NPO-Archiving)

[모금캠페인 외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27단계

320x100
320x100

냉장고에 들어간 코끼리
출처 : pixabay

 

당신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라' 그럼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1. 응? 뭔 소리야? 코끼리를 냉장고에 어떻게 넣어?

2. 코끼리를 냉장고에 왜 넣어?

3. 어떻게든 넣기만 하면 돼?

 

사실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가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실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가.

 

코즈웍스 펀딩 교육에서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강의를 진행하시는 파뮬러스 대표님이 '코끼리 냉장고 넣기' 과제를 주셨다. 그리고 몇 가지 조건을 거셨다.

 

1. 1~27단계까지 진행하며 마지막 27단계에는 무조건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갔다.'가 돼야 한다.
2.  전 단계와 다음 단계는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3. 1번과 2번을 충족한다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

 


 

마일스톤

막상 27단계를 순서대로 채우려고 하면 막연해진다. 그럴 때 마일스톤이 도움이 된다. 교육 당시 역순으로 하다 보니 코끼리를 구하는 단계, 냉장고를 마련하는 단계, 코끼리를 냉장고 넣는 단계. 이렇게 3단계로 나눴다. 그리고 3분의 1마다 되는 단계마다 '코끼리를 구했다.', '냉장고를 구했다.'항목을 미리 지정했다.

 

그냥 되는 건 없다.

코끼리 냉장고의 핵심은 27단계를 다 채우는 게 아닌 점검이다. 1번부터 올라가면서 인과관계가 있는지, 꼭 필요한 항목인지를 점검한다. 이 단계를 거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인드가 결국 사업을 어떻게 망치는지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끼리를 찾는다.'->'코끼리를 묶어둔다'의 인과관계는 없다. 

 

코끼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 것이며, 코끼리를 구매할 건지 대여할 건지, 그렇다면 무슨 돈으로 구매할 건지, 묶어둘 데는 어디에 묶어둘 건지. 그 장소도 대여할 건지. 

 

장면

이 부분이 말 그대로 나를 뿅 가게 했다. 나는 이 부분을 '장면'이라고 표현하곤 했다. 우리가 멋지다고 느끼는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장면이다. 'SNS 릴레이 챌린지에 참여하는 장면' 그리고 그것을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생각일 뿐 기획/사업이 아니다. 

 

그 장면까지 가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이며, 그다음 장면은 어떻게 되는가. 전체 장면에서 사업화 모델(기부모델)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이 부분을 고민하지 않은 채 사업계획서와 기획안을 올리면, 흩날리는 종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전자결재라면 불려 가겠지만)

 

27단계, 그리고 28, 29단계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은 채 굶겨죽여도 된다면, 냉장고를 고물상에 되팔지 않아도 된다면, 내 사업이 1회성 사업이라면 27단계로 종료하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은 일정 주기를 가진 사이클이 있다. 작년 사업은 올해도 진행할 거고, 올해 사업은 내년에도 진행될 확률이 높다.

 

27단계에서 그냥 종료한다면 내년에는 1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하지만 28단계, 29단계를 추가한다면? 모금에서는 보통 이 부분을 기부자 예우, 사업 피드백으로 진행한다. 이 단계로 라포 형성,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내년 사업에서 초기 홍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5단계부터 진행할 수도 있다. 

 

만약 내가 기획을 한다면, 사업을 새로 구상해야 한다면 이 코끼리 냉장고 넣기를 한 번 해보기를 추천한다. 

27단계부터 역순으로 해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쉽게 눈에 보일 것이다.

 


 

나의 코끼리 냉장고 넣기

27. 코끼리가 냉장고에 들어갔다.

26. 냉장고 문을 열고 카메라로 촬영한다.

25. 코끼리를 냉장고보다 작게 보이는 곳에 묶어둔다.

24. 시간이 되어 코끼리가 케이지에서 끌고 나온다.

23. 리허설 결과에 따라 코끼리가 있을 위치를 조정한다.

22. 코끼리가 오기 전 미리 리허설 촬영을 해본다.

21. 촬영 장소에 냉장고를 내려놓는다.

20. 코끼리가 섭외된 날이 되면 냉장고를 동물원으로 가져간다.

19. 섭외된 전 날, 코끼리의 컨디션과 촬영 장소, 날씨를 확인한다.

18. 냉장고와 장비를 이송할 차량을 예약한다.

17. 리허설 촬영을 통해 필요한 거리와 구도를 미리 정한다.

16. 냉장고만 가지고 리허설 촬영을 진행한다.

15. 뒤판을 뜯어낸 냉장고가 완성되었다.(마일스톤)

14. 냉장고 겉면을 깨끗하게 정리한다.

13. 주민센터에서 공구를 빌려 냉장고 뒤판을 뜯어낸다.

12. 도구 없이 냉장고 뒤판을 뜯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11. 찾을 수 없다면, 중고매장에서 냉장고를 구매한다.

10. 고물상에서 겉이 멀쩡한 냉장고를 찾는다.

9. 코끼리 섭외가 완료되었다.(마일스톤)

8. 섭외가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정한다.

7. 섭외 요청에 응한 동물원과 미팅을 가진다.

6. 동물원에 제안서를 보낸다.

5. 동물원에 보낼 제안서를 작성한다.

4. 리스트에 있는 동물원의 연락 채널을 조사한다.

3. 리스트 중에서 섭외가 가능한 동물원 리스트를 다시 추린다.

2. 각 동물원에 직접 방문해서 섭외가 가능한 코끼리와 장소가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1. 코끼리가 있는 동물원을 리스트업 한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