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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아카이빙(NPO-Archiving)

[모금캠페인 외전] 상상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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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람에게 나무를 모으게 하고, 
일을 분담시키고,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 

대신 그들에게 
넓고 끝없는 
바다를 꿈꾸게 하라.

-생텍쥐페리' 

 

사람들의 목표의식을 고취시키고 싶으면 명령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게끔 목표를 만들어 주라는 의미다. 

 

이걸 가장 잘한 사례는 일본 만화 '원피스'의 극초반에 나왔던 해적왕 골드로저다. 사형 직전 그가 내뱉은 '내 보물 말인가?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찾아봐라. 이 세상 전부를 그곳에 두고 왔다.' 이 말에 전부 바다로 뛰쳐나오는 대해적 시대가 시작되었다.

 

원피스 골드로저 사형 장면

 

왜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업으로 삼으면 오래 할 수 있으리라 착각할까. 바로 스스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가 일이 되는 순간, 취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진다.

 

사회복지, 비영리의 입문의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 첫 시작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한 봉사활동 말고, 스스로 찾아서 한 봉사활동은 한빛맹학교에서 진행한 '엔비디아 비주얼 서포터즈' 봉사활동이다. 

 

스스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스스로 면접 준비를 했다. 1년간 진행한 봉사활동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지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시각장애인 예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비영리 영역에 종사하는 활동가, 서포터즈, 사회복지사, 캠페이너 분들도 마찬가지리라. 스스로 찾아서 한 좋은 기억이 현재의 직업으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때만큼 재밌으신가요?
가슴이 뛰시나요? 내일 그리고 1년 뒤가 기대되시나요?

 

'그렇다'라고 답할 분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는 분을 워낙 많이 봐왔다. 왜 재미가 없을까. 

 

남들과 같이 일한다.(혹은 누구 밑에서 일한다.)->누군가 만든 사업판에 참여한다.->내가 만든 사업이 아니다->사업성공의 이미지가 안 떠오른다.->남이 만든 판에 나를 맞춰야 한다.->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재미가 없다.->하기 싫다

 

반면

 

남들과 같이 일한다.(혹은 누구 밑에서 일한다.)->그들과 같이 사업판을 짠다.->내가 만든 사업판이기 때문에 완성된 이미지가 떠오른다.->뭘 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스스로 찾아서 한다.->재미있다.->천직이다.

 

직원, 활동가, 봉사자, 후원자 모두가 같은 사명감을 외칠 수록 단체와 사업이 힘을 받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의 멤버는 점차 줄어들며, 새로운 인원들로 채워진다. 그들이 초창기 멤버와 같은 사명감을 가질 수는 없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중간에 참여하기 때문에 사업의 정당성, 명분, 사명감이 초기 참여 멤버에 비해 당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관리자들은 말한다. 왜 요새 직원들은 좀만 힘들다고 하면서 나갈까. 왜 희생정신이 부족할까.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 그런 세대가 신입직원으로 들어오면서 회의감이나 사명감을 잃는 게 아니다. 새로운 사명감을 찾으러 나간다. 

 

월급, 인센티브, 승진과 같은 각종 보상으로 유혹해도 사명감을 가지게 할 순 없다. 시킨 일은 잘할지 몰라도 앞장서지는 않을 것이다. 직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게 하고 싶은가. 먼저 나서게 하고 싶은가. 우리의 일과 사명감을 말과 글로만 외치지 말고, 스스로 상상하게 하라.

 

너의 이 단순 반복 업무가 우리의 미션과 비전에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줘라. 

땡볕에 나가는 거리 캠페인이 우리의 수혜자들에게 어떻게 의미 있게 전달되는지 보게 하라. 

나의 땀과 에너지, 시간이 프로젝트 성공을 달성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상기시켜줘라.

모금 명분서 100장보다 변화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직접 보면서 변화를 상상하게 하라. 

 

한 때 아웃소싱에서 캠페인일을 한 적이 있다. 흔히 아웃소싱에서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사명감과 헌신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왜? 수당제라서. 하지만 내가 같이 일했던 캠페이너 중 한 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1명을 개발하면, 아이 1명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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