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x100
320x100

 

승패는 병가지상사. 군인에게 승패는 늘 있는 일이다. 승리할 수도 패배할 수도 있다.

 

적벽대전 전투에서 패배하고 돌아온 허저가 슬퍼할 때 조조는 이렇게 위로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잖나. 
나는 네가 살아 돌아와 잠을 자도 웃음이 나온다. 
삼천을 잃었다고? 
너에게 3만을 주마. 
가서 북을 치거라.'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허저는 눈물자국 난 채로 웃으면서 북을 친다. 그리고 조조는 병사들을 모은 후 이렇게 연설한다. 

 

'장수는 의원과 같다. 의원은 치료한 사람이 많을수록 고명하지. 
바꿔 말하면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도 점점는다. 
장수가 패전 몇 번 안 하고 어찌 승리의 비결을 얻겠나. 
세상에 백전백승하는 장수는 없다. 
패해도 굴하지 않는 장수가 있을 뿐이다. 
그런 자가 결국 승리하지'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5화 중

 

장수의 존재 이유는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래서 패장은 군법으로 엄히 다스려 참수하거나, 일개 병사로 좌천시킨다. 하지만 조조는 적벽대전의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는 장병들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패배는 장수에게 당연한 거라고. 우리는 백만 대군, 세금도 다 그대로라고. 

 

아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최선을 다한 장수를 책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말. (다시 말하지만 위 빠가 아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금가(담당자)는 모 아니면 도다. 모금 해오든가 못하든가. 눈에 보이는 금액적인 결과로 평가받는다. 오늘, 이번 주, 이번 달의 목표의 달성 여부가 즉각적으로 모금가(담당자)를 압박 해온다. 사명감을 가진 모금가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 모금 전략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직접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피드백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이 따르지 않아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목표 달성에 성공한 모금가(담당자)에게 칭찬과 상은 당연하다. 목표 달성에 실패한 모금가(담당자)에게는? 참수형을 내릴 건가? 캠페인의 성공률은 25%뿐이다. 모금의 실패는 모금가(담당자)에게는 당연히 겪고 넘어가는 일이다. 만약 실패 때마다 벌을 주고 위협적으로 나온다면 모금가(담당자)는 패배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패배 자체를 두려워하면 어떠한 시도도 큰 위협으로 느낀다.  

 

모금 요청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 순간 모금은 실패한다. 
'거절할 거 같아.'
'어차피 안 해줄 거야.'
'또 쫓겨나겠지.'
'이번에도 문전박대겠지.'
'안되면 또 깨지겠지.'

 

 

이게 심해지면

 

'아 나는 모금이랑 안 맞나 보다.'
'나는 모금도 못해오는 녀석이라고 비교당하며 혼나겠지.'

 

자기 비하와 피해의식, 우울의 늪에 빠진다. 

 

울며 들어오는 모금가(담당자)를 보며 '왜 이거밖에 안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 만나준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필요한 걸 말해라. 회사에서 다 지원해주마.'라는 말을 건네보자. 실패의 산이 높을수록 성공했을 때의 가치도 높아진다. 실패의 무게는 굳이 질책하지 않더라도 모금가(담당자)가 이미 체감하고 있다.  

 

p.s 다 지원해주는데도 소위 '대충 하는' 담당자라면, 인원을 잘못 채용했거나 담당자가 현 대우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 담당자는 회사 내 사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320x100
320x100
320x100

 

동양의 고전하면 역시 '삼국지'를 빼놓을 수 없다. 난세의 영웅, 지략의 책사, 용맹의 장수들. 실제 역사 삼국지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의 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매력적인 스토리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재창조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에서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삼국지 드라마를 접했다. 드라마를 극장판으로 편집해 만든 영화라 중간중간 생략된 부분도 많았다. 삼국지하면 대표적인 인물인 조조는 한 평생 유비의 의형제인 관우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2화에서 조조 밑에 있던 관우는 큰 형님인 유비가 살아 있단 소식을 듣고 바로 조조의 품을 떠났다. 적토마를 타고 떠나는 관우의 뒷모습을 보며 조조는 이렇게 한탄했다.

 

삼국지 극장판 장면

 

삼국지 극장판 장면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실제 그런 말을 했는지, 극 중 대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런 말 때문에 삼국지가 고전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한다.

 

모금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지만 비전을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의 마음보다, 특정 페르소나 혹은 통계, 빅데이터에 의존하기도 한다. 

 

바로 내가 그랬다. 이과 성향을 가진 나는 숫자를 좋아했다. 성별, 연령에 따른 확률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을 짰다.  한 시즌의 결과가 나쁘면 어느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근거를 직접 보고 싶었다. 그렇게 3년간 모인 데이터만 3천 명이 넘었다. 처음 보는 사람 /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이라는 거리모금의 특성상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파고드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 사람의 기부 가치관, 생활패턴, 소비습관, 돈에 대한 태도, 종교관, 직업관, 가족관계 이런 걸 5분 안에 어떻게 다 알겠는가. 소개팅처럼 다 물어볼 수도 없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통계에 의존할 수밖에.

 

그래서 양이 많을수록 유리했다. 30%대의 개발률로 일정 실적을 달성하려면, 최대한 많이 말을 걸고 설명해야 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니. 누구한테는 온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반 마음을 얻고, 누구한테는 마음을 얻지 못하고. 

 

마음의 반만 얻은 후원.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가. 부족했던 걸까 아예 안 맞았던 걸까. 

 

이 고민은 삼국지를 보기 전, 모금 캠페인을 하면서 계속 가지고 있다. 고민의 답을 찾고자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외부교육도 받아보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정리도 해보고. 내 글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셨던 @nyimphe 님과 수용을 강조하신 국장님과의 면담까지. 답을 찾을 뻔하기도 했지만 내 맘에 탁! 와 닿는 답은 없었다.

 

그리고 3년 만에 찾아온 화두이자 명쾌한 답

'한 사람도 감복시키지 못하면, 천하와 민심을 무슨 수로 얻겠는가.'

 

조조도 집과 하인, 술과 고기, 심지어 적토마를 하사 했음에도 관우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피켓과 책자, 완벽한 설명, 적절한 제스처를 썼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기란 어려운 게 아니라 욕심이었다. 

 

"의사는 수술에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에, '살릴 수 있다'라는 말은 보호자에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본지 오래돼서 정확한 대사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의미의 대사가 있었다. 모금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금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릅니다. 날씨, 시민분의 옷차림, 그날의 컨디션, 갑작스러운 경조사 등. 그래서 '얼마만큼 모금해오겠습니다'라고 해서는 안된다. 모금가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오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 말 뿐이다."

 

오늘도 한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뿐이다. 

 

표지 사진 출처 : https://pngtree.com/so/의로운-정신'>의로운-정신 png from pngtree.com

중간 사진 출처 : 삼국지 극장판 2화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