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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1 : 시민 - 지금 여기서 신청서 쓰는 거 말고는 다른 방식으로는 후원 못하나요?

 

 

F2F캠페인을 하다 보면 상황 1의 질문을 정말 많이 듣는다. 돌려 말하는 거절일 수도 있고, 후원은 하고 싶은데 원하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도 후원은 카드결제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당시 F2F캠페인을 진행할 때 이런 반응을 많이 접했고, 그때마다 어떻게든 현장에서 정기후원신청서를 작성하게끔 만들도록 설득해야 했다. 그러다가 잠재 후원자 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현장 카드결제 / 뉴스레터 구독 DB 모집 등의 추가 접촉 채널을 만들었다.

 

상황 2 : 그런데 기업 사회공헌팀 미팅은 잡았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내가 구독하던 한 게임사의 뉴스레터에서 사회공헌사업 또는 단체를 추천하는 설문조사를 하기에, 당시 일하던 사회복지법인의 사업을 구구절절하게 작성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거기서 먼저 미팅을 원하는 연락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F2F캠페인만 했지, 기업사회공헌은 전혀 경험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내에 사회공헌과 관련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어떤 사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다 들고 갔었고, 결론적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만 해버리고 말았다. 거기서 누군가 기업 사회공헌과 관련되어서 하지 말아야 할 팁이라도 알려줬더라면...

 

 

 

**모금, 다양한 방식으로**

 

차를 구매하기 위해 돈다발을 쌓아둔 햄스터

 

우리가 차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일시불로 한꺼번에 지불할 수도 있고, 할부로 나눠서 살 수도 있고, 대출을 끼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차를 살 수 있는 방법은 한정적이다. 물물교환을 한다든지, 일을 대신해 주고받는다든지, 여러 사람과 한 대의 차를 공동구매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차를 구매하지는 않는다.

 

모금은 다르다. 똑같이 돈이 이동하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보다 더 다양하다. 구매방식과 비슷한 일시 후원, 구독과 비슷한 정기후원 외에도 물품 후원, 바자회, 행사를 통한 후원 등 얼마든지 새로운 방식으로 모금이 가능하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듯,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모금의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거리 캠페인, 한때의 유행**

정기후원개발을 위해 조끼를 입고 신청서를 손에 들고 거리로 나온 햄스터

 

한 때 거리 캠페인의 붐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정기후원이라는 개념보다 ARS후원, 사랑의 리퀘스트, 구세군 냄비를 후원의 전부라고 여겼던 시민들에게 거리 캠페인을 통한 후원개발은 새로운 개념이었다. 더구나 일시, 현금이 아닌 계좌, 카드를 통한 정기후원이라니. 자기가 직접 찾아서 정기후원을 신청한다는 개념보다 찾아오는 서비스에 거리 캠페인은 점차 늘어났고, 결국 후원의 피로도, 횡령, 비리 사건 등의 악재와, 인터넷과 모바일로 직접 찾아보는 것에 익숙한 세대들이 점차 늘어나는 인구변화에 따라 거리 캠페인의 호응도가 점차 줄어들었다. 거리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후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굳이 ‘거리에서’, ‘바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모금 방식 등장**

온라인 모금 페이지로 후원금 결제를 하는 햄스터

 

펀딩 플랫폼, 같이가치, 해피빈, 사회적 기업의 제품 등 플랫폼과 기술의 발달로 기존과 다른 방식의 모금 방식이 등장하면서 예전 방식의 사랑의 온도탑, 구세군 냄비 같은 상징적인 모금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정 기간에 몰리는 모금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기후원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단체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비율도 좋지 않다. 

 

**목돈이 필요한 사업**

긴급한 재난으로 인해 아주 통크게 기부하는 돈 많은 햄스터

 

왜냐하면 거리 캠페인만을 통한 정기후원의 모금으로는 시간이 급박한 사업을 시행하기 어렵다. 시간이 급박한 사업(재난과 같은 상황)의 대부분 목돈이 필요한 사업인데, 후원자 규모가 몇 십만 명 규모가 아닌 이상 목돈은커녕 기존 사업비로 충당하기도 급급하다. 따라서 목돈이 들어올 수 있는 모금의 창구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목돈이 들어올 수 있는 모금은 주로 기업이나 단체들의 사회공헌 기부였고, 이후 유산기부가, 최근에는 빅벳 필란트로피(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크게 지원하는 형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모금은 금액단위가 크기 때문에 오랜 기간의 밑 작업이 필요하다. 전담팀이나 인력이 지치지 않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한 건의 모금만 성공시켜도 모금액을 바탕으로 더 큰 사업을 이끌어내고 더 많은 정기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액 정기후원은 인연을 유지함으로 족하다.

 

**모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에 투자하는 전문투자 햄스터

 

모금은 반드시 거리 캠페인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식투자를 듣는 말이 있다. 절대 계란을 바구니에 쌓지 말아라. 지나치게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모금사업은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따라가지 못한다.

 

2024.03.09 - [비영리 아카이빙(NPO-Archiving)] - [F2F캠페인 외전] 캠페인의 성공, 맨 땅에 헤딩?

 

[F2F캠페인 외전] 캠페인의 성공, 맨 땅에 헤딩?

문제상황 1 : 중년의 남자 2명이 캠페인 부스로 찾아오더니 자기가 공무원인데 이거 신고하고 캠페인 진행하는 거 맞냐고, 자기들 불법단체 아니냐고 하면서 이거 신고할거라고 위협적인 어조로

npo-archiv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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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시작하려면 썸을 타고, 확신이 들 때 고백을 하는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갑자기 '사귀자'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듯, 정기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아가기 위함입니다. 영화관, 놀이공원, 식당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상대방의 성격과 취향을 알아가는 것이죠. 이처럼, 후원자로서 단체를 이해하고 신뢰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기후원은 단체와 시간을 함께 보내겠다는 약속입니다. 소액이든 고액이든, 이는 단체와의 장기적인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정기후원을 해주세요.'라고 바로 요청하는 것은, 소개팅 첫 날부터 '우리 사귀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죠.

 

첫눈에 반할 수도 있지만, 소개팅 첫만남에 대뜸 사귀자고 하기는 어렵다.(출처 : 뤼튼 ai)

 

크라우드 펀딩, 일시 후원, 물품 후원, 자원봉사 등 여러 방법으로 단체를 알아가고, 단체에 대해 확신이 들 때 '이 단체와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기후원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단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정기후원의 중요성을 이해하려면, 충성고객과의 관계를 봐야합니다.

 

충성고객은 그저 소비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충성고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애플의 제품보다 더 좋은 성능을 가진 제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을 소비합니다. 그 이유는 애플의 브랜드 이야기와 그것이 주는 소속감 때문입니다.

 

비영리 단체도 이를 참고하여, 사람들이 '그들 스스로'가 후원하고 싶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후원은 핸드폰 개통처럼 필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필수적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제안하지만, 참여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이 중요합니다. 후원을 강요하는 대신, 후원자가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반드시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어야만, 일시적으로 동정심에 의해 후원을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의 동정심을 이용해 후원을 유도하는 방식이 통했습니다. 이를 '빈곤 포르노'라고 불렀죠. 단지 동정심을 잘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후원자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현대 사회는 더욱 발전하고, 사람들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동정심을 이용한 후원 요청에는 더 이상 동요되지 않습니다.

 

단체나 이슈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후원자가 단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신뢰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단체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후원자 스스로가 '이 단체와 함께하고 싶다'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저희를(혹은 이 캠페인을) 아시나요?

1. 처음 봤어요
2. 본 적은 있어요(들어본 것 같아요)
3. 참여 해봤어요

 

1번보단 2번, 2번 보단 3번의 답변을 들을 수록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은 다 알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앎에도 불구하고 실천하고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죠.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후원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행위가 아니라, 단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기후원은 단순히 '이번만 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참여와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결국, 정기후원은 단체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Would you marry me?"라는 문구를 비영리단체와 잠재후원자사이에서 해석해본다면 '불쌍해서'가 아닌,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싶다는 진심이 담긴 고백과 같습니다.

 

오랜 만남 끝에 결혼에 성공! (출처 : 뤼튼 ai)

 

추가 자료:

1. "How fundraisers can use the psychology of giving" - 이 연구자료는 후원의 심리적 배경에 대해 논의합니다.

https://www.charitylink.net/blog/how-fundraisers-can-use-psychology

 

How fundraisers can use the psychology of giving — Charity Link

Giving to charity is something people do for a number of reasons. Fundraisers can use these tips on the psychology of giving to get better at fundraising.

www.charitylink.net

 

2. "14 Effective Online Fundraising Ideas for Any Nonprofit" - 이 기사는 비영리 단체가 어떻게 온라인 펀딩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제공합니다. 

https://kindful.com/nonprofit-glossary/online-fundraising/

 

14 Effective Online Fundraising Ideas for Any Nonprofit

Discover top online fundraising ideas like peer-to-peer fundraising, crowdfunding and text-to-give. Use this guide to power up your online fundraising!

kindf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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