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포터즈의 메일 활동 장소는 서울에 위치한 맹학교였다. 맹학교에서 진행하는 미술수업의 보조교사로 활동했다. 맹학교의 특징상 회화보다는 촉각을 필요로 하는 만들기 수업도 꽤 있었고, 특히나 사진 수업도 있었다.
그리고 많은 비장애인, 그리고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앞이 안보이는데 미술을 할 수 있느냐.’
흔히 생각할 때 시각장애인은 완전히 앞을 못본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대중매체에서 시각장애인을 그렇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도 있으리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앞을 아예 보지 못함’ 유형은 전맹이라고 해서 시각장애 스펙트럼의 일부분이다. 희미하게 형체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장애스펙트럼도 있다.
장애등급상
1급 : 좋은 눈의 시력이 0.02이하인 사람
2급 : 좋은 눈의 시력이 0.04이하인 사람
3급 1호 : 좋은 눈의 시력이 0.06이하인 사람
3급 2호 :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
4급 1호 : 좋은 눈의 시력이 0.1이하인 사람
이렇게 시각장애로 판정된다.
두번째 오해는 ‘색을 인식할 수 있는가’
첫번째 오해로 인해 자연스레 드는 추가 의문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장애수준도 있을 뿐더러, 선천 보다는 후천적으로 시각장애 판정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앞이 보이던 시절이 있기 때문에 색에 대한 인지는 충분히 가능하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맹학교 미술수업에는 초등학생의 학생들에게 1대1로 매칭이 되어 수업을 보조했다. 학생들의 수업 열정은 매우 높았다. 미술 선생님의 질문에도 너도나도 손을 들고 대답했고, 자신이 만든 작품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사진 촬영은 학교 내와 학교 인근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다. 서포터즈는 이동을 보조하교, 촬영된 사진을 말로 묘사하는 것만 도와줄 뿐, 구도를 잡고 촬영하는 것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디지털카메라를 만지는 시각장애아동](https://blog.kakaocdn.net/dn/yupyf/btsLDYowsWJ/nSFFv5UZNuqgj5hKSpZt7k/img.png)
![운동장에서 사진을 찍는 시각장애아동과 서포터즈](https://blog.kakaocdn.net/dn/kC2CI/btsLEe5J9f8/SYiR1mPSnF3k7Oi2QhT7QK/img.png)
서포터즈 활동은 약 1년간 진행되었는데, 내가 직접 수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주제는 ‘탈 만들기’. 전통탈을 직접 만지고 써보면서, 다양한 탈의 역할을 이해하고 나만의 탈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그래서 직접 인사동에 가서 전통탈을 하나 샀다.
![노장탈 실물](https://blog.kakaocdn.net/dn/bJuHeu/btsLDXb9vBs/1kt19mXdjvG83H4luKzwYK/img.png)
흔히 생각하는 안동 하회탈 대신에, 어떤 탈이 괜찮을까 하다 눈에 띈 탈이 봉산탈춤에서 승려 역할의 ‘노장탈’이었다. 흑과 백으로 색 대비가 크고, 다른 장식 없이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 탈은 유럽여행 당시 베네치아의 가면 대신으로도 사용했다.) 학생들은 탈을 직접 만져보고 써보면서 즐거워했다. 서포터즈들은 옆에서 손으로 지나가는 부분을 말로 묘사해주었다.
‘입술이 붉은색이고, 턱 끝까지 찢어져있네.‘
’지금 만지는 곳은 눈썹이 있는 부분인데, 검정, 빨강, 흰색이 번갈아 칠해져있어‘
’얼굴 표면에는 하얀색 점이 많이 박혀있어‘
여러번 걸쳐 탈을 만져보고, 그 후에는 학생들이 직접 탈을 만들어보았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종이탈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원하는대로 꾸미게 했다.
![탈과 대본](https://blog.kakaocdn.net/dn/WnY39/btsLE0zcc0Y/PIAe5NZObVxGljHCh82W20/img.png)
![시각장애아동들이 만드는 종이탈](https://blog.kakaocdn.net/dn/b7bJXN/btsLC6AKoLi/KZDBK8swESiVPqQDubRLu1/img.png)
![시각장애아동들이 만드는 종이탈](https://blog.kakaocdn.net/dn/kRsZK/btsLD0zQd46/WVE6H2Uij3v9T0iegS8SPk/img.png)
![아이들이 직접 만든 종이탈](https://blog.kakaocdn.net/dn/y9Xo3/btsLEpzrgLK/gTuRTPkwEAKu7BdWd22qaK/img.png)
학생들은 종이탈을 만져가면서 눈 주변에는 이 색깔, 볼에는 이 색깔을 칠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색을 말했다. 그러면 옆에 있는 서포터즈들이 색칠도구(크레파스, 색연필, 싸인펜 등)에서 알맞는 색을 찾아서 건네 주었다. 역시나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종이탈을 꾸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실습 때도 느꼈던 그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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