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도서 후기] 모두를 위한 공존의 시대를 말하다. <명견만리 -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
사람은 누구나 최소 한 두 가지의 질병과 불안을 안고 산다고 합니다. 군대에서 척추가 안 좋다 하면 늘 7번 디스크였고, 직장인들은 늘 스트레스와 우울을 늘 달고 삽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사는 현대사회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똑같이 많은 질병과 불안을 안고 삽니다. 그리고 그 질병과 불안을 인식해서 고치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사회)과 그렇지 못한 사람(사회)은 추후에, 더 큰 격차를 보이게 됩니다.
비영리 쪽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됩니다. 인터넷 뉴스, 정기 뉴스레터, 각종 보고서와 제안서를 통해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회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과 이를 해결한 사례를 소개한 <명견만리>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명견만리>는 KBS 다큐멘터리입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책은 그중에서 '공존의 시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책으로 엮은 편입니다.
연도가 조금은 지나긴 했지만, 오히려 책에서 말하는 사회문제들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내가 관심 있는 사회문제가 예전에 어떻게 시작되고 심화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1. 불평등
우리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점점 퇴색해가고 있습니다. 땀 흘려 일한 대가보다는 자산을 통해 부를 불리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자산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더욱이 충격적인 사실은, 대부분의 재산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축적된 것이 아닌 상속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상속을 통한 부의 비율은 74.1%에 달하며, 이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러한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범칙금을 부과하여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려 하였고, 캐나다에서는 2017년 기본소득 실험을 통해 노동시간이 줄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복지가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기본소득은 기혼 여성들에게 출산 휴가를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소년이 학업을 이어가도록 독려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의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대학 진학의 격차로 이어져 부와 가난이 세대를 넘어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계층의 이동성을 크게 제한하며, 많은 이들이 부서진 계층 사다리 앞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성적이 아닌 소득에 따른 장학금 제도와 같이 교육 기회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육만이 유일한 성공의 길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사회적 지지망을 강화함으로써 더욱 포용적인 사회를 구현해야 합니다.
2. 외로움
한국 사회는 스트레스가 만연해 있으며, 이로 인해 병리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특히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외로움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며, 이는 사회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20대와 30대는 무한 경쟁의 압박을 받으며, 중장년층은 사회적 역할의 부담, 은퇴, 이혼, 건강 문제 등으로 외로움을 경험한다. 이러한 외로움은 개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합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이 사회에 약 46조원 이상의 피해를 발생시킨다고 추산되며, 이는 외로움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함을 시사합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하고,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통해 외로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맨스 셰드', '코스타 커피숍의 수다석', '빅런치 행사', '그레이트 겟 투게더 행사' 등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핀란드의 '제너레이션 블록'과 같은 공동주거시설 프로젝트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서로 어울려 살면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외로움은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이 하루에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외로움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한국 사회도 외로움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고,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서로 소통하고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로움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고,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외로움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3. 현금없는 사회
현금 없는 사회는 금융 분야에서의 혁신적 변화를 상징합니다. 스웨덴을 예로 들면,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는 헌금을 모바일 뱅킹으로, 잡지 구매를 QR 코드 결제로 하는 등의 일상 속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도 존재합니다.
현금이 사라짐으로써 경제는 여러 면에서 효율성을 얻습니다. 현금의 발행, 유통, 관리 비용이 절감되며, 위조와 도난, 손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핀테크의 성장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나 아이제틀 같은 핀테크 결제 방식은 사용자의 거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금융 자산으로 활용하며, 특히 대출 심사에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그러나 기존의 금융기관의 독과점 문제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또한, 모든 금융 거래가 전산화되면서 개인의 금융 활동이 더 쉽게 감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현금 없는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중앙 집중식의 화폐 발행과 유통을 벗어나, 참여자 간의 인증과 제한된 유통량을 통해 운영됩니다. 암호화폐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투명한 거래와 유통 과정을 가능하게 하며, 은행에서의 정산이나 심지어 선거 과정에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케이드시티나 아브라 같은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직접 연결하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합니다.
결론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는 금융 분야에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기존 금융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지방소멸
지방소멸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4분의 1은 서울에 사는 상황입니다. 이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더 나은 주거환경에 대한 욕구가 아파트로 표현되고, 이러한 아파트 단지가 하나의 동네처럼 기능하게 됨으로써 더욱 가속화되었습니다. 아파트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도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지방소멸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본에서는 가미야마 정과 같이 '그린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인구를 시골로 유치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인터넷 환경의 개선과 IT기업의 지방 진출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지방소멸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기초의회 입후보자 부족, 지방의회의 폐지, 빈집 증가, 가게 폐업으로 인한 쇼핑 난민 발생 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는 지방소멸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100대 기업 중 80개 기업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77%가 서울에, 14%가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지방자치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어 도시 분권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의 자립성과 경제적 활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지방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프라를 개선하여 도시와 지방 간의 격차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방의 문화와 역사를 활용한 관광산업의 육성과 같이 지역 특색을 살린 경제 활성화 전략도 중요합니다. 지방소멸은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균형 있는 발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