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캠페인 외전] 캠페인과 심리학 1부 - 공포면역체계
(여기서 등장하는 심리학 이론은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에서 일부 내용을 가져왔습니다. 본 글은 심리학을 직접 다루기보다, 모금 과정에서 관찰될 수 있는 심리 이론을 제시하는 정도로 합니다.)
공포 면역체계
공포는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준다. 사실 공포 자체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공포가 없다면, 생존에 어려움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포감을 두려워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오래전 공포는 생존과 관련된 공포였다. 야생동물, 자연, 미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현재에 와서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줄어든 대신 발표 공포증, 전화 공포증처럼 외부 평가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포는 상상과 결합해 악순환을 반복한다. 즉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이해한다.
공포감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부정적 상황이 공포를 불러온다.->
공포가 부정적인 상상을 가져온다.
모금 과정에서 느끼는 공포는 크게 두 가지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전자는 후원을 요청하는 모금 담당자가 느끼고, 후자는 후원요청을 받는 잠재 후원자가 느낀다.
1) 거절에 대한 두려움
요청은 나의 결핍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나에게 부족한 게 있고, 그 부족한 것을 상대방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연중에 굽히고 들어간다. 혹여 내가 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라는 걱정. 나의 요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공포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거절 공포 악순환>
거절에 대한 두려움-> 상대방의 반응을 오해->
오해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식-> 자신감 하락-> 거절에 대한 두려움 강화
모금 캠페인을 처음 진행하는 신입들을 보면 앞에서 열심히 설명해놓고, 막상 후원신청서로 넘어가는 걸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후원해주세요'라는 그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 했다. 명분이 약해서, 후원을 구걸 혹은 강매로 생각해서, 상대방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않아서, 트라우마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https://m.cafe.daum.net/ok1221/9Zdf/2241454?svc=topRank
(골목식당 - 부정적인 아르바이트생)
그중 가장 큰 원인은 실패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다. 위의 원인은 외부의 피드백과 반복 훈련으로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과 때문에 원인을 하지 않으려 한다. 실패(거절=실패) 하지 않기 위해 요청하지 않는다.
2)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 즉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보호한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주저함, 많은 질문, 의심, 포기를 동반한다. 후원에 대한 불확실성은 보통 후원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후원과 관련된 어떠한 오해에 비롯된다.
<후원 공포 악순환>
후원 과정에서 피해를 봄(피해사례를 접함)->후원에 공포가 생김-> 후원요청 메시지의 신뢰도를 의심함->불확실성이 높아짐->후원 자체의 공포 강화
후원의 폐쇄적인 시스템 또한 불확실성을 불러일으켰고, 후원금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후원문화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에 불을 질렀다. 모금가가 '실패'에 두려움을 가진 것처럼 '또 속을 바에는 내가 직접 주고 만다.'라는 '믿음의 배신'에 두려움을 가진다.
https://namu.wiki/w/잘%20들어라%2C%20애초에%20기대를%20하니까%20배신을%20당하는%20거다.?from=기대드립
(믿으니까 배신당하는 거다 짤)
3) 공포 면역체계
공포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포의 원인을 직접 마주하는 노출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62페이지) 가장 작은 단계의 노출부터 점차 단계를 높여 공포의 내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저자는 퀴즈쇼를 대비해 팬티 차림으로 동생의 셰어하우스 동거인 앞에서 연습을 했다.
직접적인 공포 상황 직면 전에 다양한 상황을 연습하고 리허설을 하는 이유다. '연습을 실전처럼'이 바로 공포 면역체계를 길러주는 대표적인 표어다.
4) 거절 공포 극복하기
모금가는 우선 다양한 모금 상황을 미리 접해본다. 가장 낮은 단계인 간접 경험부터 시작한다. 글 혹은 선배들의 상황 청취, 영상 등을 통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간접 경험 단계가 끝나면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연습을 진행한다. 즉 내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도 다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보통 가족, 친구가 대상이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상이 바로 '나'이다. (거울을 보거나 녹화를 통해 '내'가 후원요청을 할 때 목소리 톤, 발성, 크기, 표정, 손동작을 파악해보는 방법이 큰 효과가 있었다.)
그다음은 전문가다. 현직자 혹은 직장 선배가 여기에 해당된다. 실무적인 부분에서 놓친 부분과 현장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
마지막이 현장이다.
아무리 많은 간접경험을 쌓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결국 실전 경험보다 부족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코앞에서 느끼는 공포를 체감해야만 간접경험과 연습이 와 닿는다. 백번 바깥의 시민들의 거절 상황을 연습해도, 정작 현장에서 어버버 거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준비하고 나가되, 준비의 마무리는 결국 현장 경험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회사와 관리자도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존중해주자.
5) 불확실성 공포 극복하기
불확실성의 대표주자가 바로 도박과 투자다. 불확실성의 공포(따느냐 잃느냐)를 견디는 사람들이 도박과 투자에 빠진다. 불확실성의 공포를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보험과 하이 리턴.
보험은 손실의 위험을 막아주고, 하이 리턴은 공포를 넘어설 수 있는 심리를 자극한다.
아마 식당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한우가 아닐 시 1억 원 보상', '맛없으면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손님들이 가질 불확실성 공포를 보험으로 완화시켜준다.
http://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9919
(보험증서 사진)
하이리턴은 꼭 앞에 '하이 리스크'가 따라온다. 위험이 클수록 보상이 커진다는 투자의 기본개념이다. 리턴 보상이 커지면 불확실성 공포보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더 당기는 법이다.
(게임의 강화 확률 짤)
그러나 모금 캠페인은 보험과 하이 리턴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기부금을 환불받기가 어렵고, 기부 행위가 기부금액 이상의 보상(개인마다 다르게 체감하지만)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가 신뢰를 쌓고자 한다면, 먼저 불확실성 자체를 줄여야 한다.
처음 보는 단체가 후원을 요청한다. '이상한 단체 일시 기부금의 10배 보상!', '기부하신 분들을 추첨을 통해 기부금액 100배에 해당하는 상품을 드립니다.' 더 의심이 가지 않나?
최근의 주식투자 열풍을 보면, 과거 주식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이다. 지금은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뉴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서점에서도 얼른 주식을 하라고 부추긴다. 성공의 사례를 더 많이 접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신뢰가 차지했다.
대부분의 단체가 사용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후원금 사용내역 공개, 외부 기관의 인증 혹은 수상내역, 유명인사의 홍보대사 등이 있다. 거절 공포의 극복 방법으로 여러 상황에 노출시키듯이, 불확실성 해소도 자주 노출되어야 한다. 이 좋은 걸 우리끼리만 알면 무슨 소용인가.
3줄 요약
- 모금가는 거절 공포, 후원자는 불확실성 공포를 겪는다.
- 공포는 사람을 주저하게 만든다.
-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자주 여러 상황을 겪게 해 보자